'소나무 작가' 김상원 화백
'松'자 지명 600여 곳 찾아 사생
2~3일 묵으며 현장서 작품 완성
대형 캔버스 운반 위해 탑차 마련
틈틈이 야생화·풍경화도 곁들여

충주대 미대를 졸업한 작가는 철저히 현장 사생을 고집한다. 그는 작품 보관창고는 있어도 작업실을 따로 두지 않고 있다. 생명이 숨쉬는 자연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 현장에서 2~3일씩 묵으며 작품을 완성한다. 대형 캔버스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2010년 탑차까지 마련했다. 자연이 주는 풍광을 캔버스에 담아내고 싶은 욕심 때문에 빠른 붓터치로 100호가 넘는 대작도 어김없이 현장에서 끝마친다.
경북 울진과 봉화 등지에서 잡아낸 그의 소나무 그림에는 붓터치의 생생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햇빛을 따라 이리저리 뻗은 구불구불한 나뭇가지, 철갑을 두른 듯 딱딱한 나무둥치, 땅을 휘어잡을 듯 박힌 굵은 뿌리를 드러낸 노송의 자태는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작가는 “소나무를 그림으로 옮겨놨을 때 눈으로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명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고 했다. 실제로 ‘저런 소나무 숲이 있었나’ 하며 놀랄 정도로 그의 작품에는 신성함이 깃들어 있다. 그는 소나무가 신성한 이유를 삶에서 찾는다. “나무와 사람의 삶이 비슷하다고 봐요. 물론 나무는 걸어다닐 수 없죠. 그러나 그 안에서 나무들도 서로 다독이면서도 싸우기도 합니다.”
작품의 소나무가 검박하니 단단한 힘을 뽐냈다면 산야를 가득 메운 야생화는 화려함과 경쾌함을 자랑한다. 꽃에 대한 김화백의 사연과 감동은 끝이 없다. “울산 덕신에 서식하는 상사화를 보세요. 그 정열적인 빨간색은 오래도록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영주 뒤뜸마을의 산수유, 진해 두동지구에서 자생한 홍도화도 접하기 힘든 꽃이죠.” 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좋아서 그린다는 그는 “야생화를 그릴 때면 활짝 핀 희망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렵고 힘들어도 누구나 꽃을 보면 마음까지 활짝 웃게 된다”며 “모든 사람이 꽃그림을 보고 즐거워하면 내 소임은 끝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가는 이파리를 다 떨궈낸 감나무 그림을 가리키며 작품에 얽힌 이야기도 들려줬다. “이건 설악산 감나무인데 지난 10월 완성했어요. 주황색 홍시가 하도 요염해서 즉석에서 화폭에 옮겼죠. 감나무의 가지도 아름답지만 주렁주렁 달린 홍시 모습은 아무 때나 그릴 수 없어요.” 군위 아미산의 바위산, 태화강의 석벽, 설악산의 단풍 등을 잡아낸 풍경화도 소나무 그림에서 느껴지는 초자연적인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