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2020년대는 대형 '키코 사태' 자주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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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기축통화 경쟁 심화에
한국 등 중간國 통화 변동성 커져
앞으로 원화 크게 흔들릴 수도
외환당국, 외자 유입속도 조절해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국 등 중간國 통화 변동성 커져
앞으로 원화 크게 흔들릴 수도
외환당국, 외자 유입속도 조절해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달러 투자가 강조되면서 ‘환위험’이나 ‘환위험 관리 방안’이란 용어가 안 들리기 시작한 지 오래됐다. 금융회사가 오히려 환위험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달러를 사뒀을 때는 원·달러 환율이 오를수록 환차익을 누릴 수 있는 반면 그 반대의 경우에는 환율이 떨어질수록 수익이 커진다.
한국의 환위험 관리 역사는 실패로 점철돼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키코(KIKO) 사태’다. 10년 전 상황으로 되돌아가면 세계 금융위기가 미국에서 발생한 만큼 한국은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오히려 미국에서 이탈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가 겹치면서 주가가 오르고 환율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키코 상품에 가입한 기업이 많았다.
하지만 정반대 현상이 발생했다. 주가 하락폭으로 본다면 위기 진원지인 미국의 다우존스지수는 45% 떨어졌지만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65%나 폭락했다. 위기 발생 이후 달러당 850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봤던 원·달러 환율은 거꾸로 1600원까지 올라가 ‘키코 사태’를 부른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당시 국내 기업이 낭패를 본 것은 △글로벌 투자은행(IB)이 금융위기로 마진 콜(margin call·증거금 부족)을 당하면 경제 여건이 좋은 곳을 디레버리지(deleverage·투자자산 회수) 대상으로 선택한다는 점과 △그들이 고수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레버리지 비율(leverage ratio·증거금 대비 총투자금액)이 높았던 점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10년인 2020년대 국제통화질서는 ‘시스템 없는(non system)’ 지금의 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탈(脫)달러화 움직임은 빠르게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유로화, 위안화 등의 통화가 달러화를 대체하기는 더 어렵다. 오히려 가상화폐의 지위가 달러화의 위상을 위협할 정도로 부상할 수 있다.
시스템이 없는 국제통화제도에서는 기축통화의 신뢰성이 저하되더라도 이를 조정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제2 플라자 체제’가 태동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새로운 기축통화 논쟁과 함께 글로벌 환율전쟁이 수시로 발발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같은 중간자 국가 통화의 환율 변동성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국 통화가 세 가지 위험이 적을 때 안전통화로 평가된다. 가장 중요한 ‘시장 리스크’는 시장 상황 변화로 자산 가치가 변동할 가능성을 의미하며 가격의 표준편차, 준분산 등으로 평가한다. ‘유동성 리스크’는 자산의 유동성이 부족해 결제의무 이행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말하는 것으로 거래량, 매매호가 스프레드 등으로 측정한다. ‘신용 리스크’는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가능성으로 통화의 경우 국가신용등급 등에 반영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표준편차를 구해보면 원화의 시장 리스크는 높은 수준이다. 최근 들어 다소 줄어들고 있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가 많은 중심통화뿐만 아니라 각국의 경제 규모에 대비해 볼 때도 그렇다. 변동성이 심하다는 의미다. 특히 특정국 통화의 하방 변동성을 측정하는 준분산의 경우 원화가 높게 나온다.
유동성 리스크는 더 높게 나타난다. 원화 거래량은 아직도 부족하다. 시장의 심도를 보여주는 매매호가 스프레드도 경제 여건이 비슷한 대만과 싱가포르 달러화보다 높게 나온다.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등으로 측정되는 신용 리스크는 최근 들어 개선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까지 원화가 안전통화로 평가받을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지 않았다. 다가오는 2020년대처럼 외환시장 환경 면에서는 ‘뉴 노멀’에서 ‘뉴 애브노멀’로, 위험관리 면에서는 ‘불확실성’에서 ‘초불확실성’으로 한 단계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대에는 원화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는 이유다.
늦었다 하더라도 외환당국은 외국자금의 유입 속도를 조절하고 유입 외자의 성격을 파악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소극적인 시장개입에 그쳤지만, 평상시에는 적용하지 않다가 과다하게 유입될 때 부과하는 ‘이원적 외환 거래세(two way Tobin tax system)’ 도입 등도 검토해놔야 한다.
갑작스러운 외자 이탈에도 대비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선 자금까지 포함하면 5000억달러 이상으로 안정권이다. 하지만 사전에 외국 자금의 이탈 징후를 포착하는 것이 경제 안정성과 정책효율 면에서 더 중요하다는 점을 정책당국은 인식해야 한다. 기업도 환위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환위험 관리방안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한국의 환위험 관리 역사는 실패로 점철돼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키코(KIKO) 사태’다. 10년 전 상황으로 되돌아가면 세계 금융위기가 미국에서 발생한 만큼 한국은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오히려 미국에서 이탈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가 겹치면서 주가가 오르고 환율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키코 상품에 가입한 기업이 많았다.
하지만 정반대 현상이 발생했다. 주가 하락폭으로 본다면 위기 진원지인 미국의 다우존스지수는 45% 떨어졌지만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65%나 폭락했다. 위기 발생 이후 달러당 850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봤던 원·달러 환율은 거꾸로 1600원까지 올라가 ‘키코 사태’를 부른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당시 국내 기업이 낭패를 본 것은 △글로벌 투자은행(IB)이 금융위기로 마진 콜(margin call·증거금 부족)을 당하면 경제 여건이 좋은 곳을 디레버리지(deleverage·투자자산 회수) 대상으로 선택한다는 점과 △그들이 고수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레버리지 비율(leverage ratio·증거금 대비 총투자금액)이 높았던 점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10년인 2020년대 국제통화질서는 ‘시스템 없는(non system)’ 지금의 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탈(脫)달러화 움직임은 빠르게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유로화, 위안화 등의 통화가 달러화를 대체하기는 더 어렵다. 오히려 가상화폐의 지위가 달러화의 위상을 위협할 정도로 부상할 수 있다.
시스템이 없는 국제통화제도에서는 기축통화의 신뢰성이 저하되더라도 이를 조정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제2 플라자 체제’가 태동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새로운 기축통화 논쟁과 함께 글로벌 환율전쟁이 수시로 발발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같은 중간자 국가 통화의 환율 변동성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국 통화가 세 가지 위험이 적을 때 안전통화로 평가된다. 가장 중요한 ‘시장 리스크’는 시장 상황 변화로 자산 가치가 변동할 가능성을 의미하며 가격의 표준편차, 준분산 등으로 평가한다. ‘유동성 리스크’는 자산의 유동성이 부족해 결제의무 이행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말하는 것으로 거래량, 매매호가 스프레드 등으로 측정한다. ‘신용 리스크’는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가능성으로 통화의 경우 국가신용등급 등에 반영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표준편차를 구해보면 원화의 시장 리스크는 높은 수준이다. 최근 들어 다소 줄어들고 있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가 많은 중심통화뿐만 아니라 각국의 경제 규모에 대비해 볼 때도 그렇다. 변동성이 심하다는 의미다. 특히 특정국 통화의 하방 변동성을 측정하는 준분산의 경우 원화가 높게 나온다.
유동성 리스크는 더 높게 나타난다. 원화 거래량은 아직도 부족하다. 시장의 심도를 보여주는 매매호가 스프레드도 경제 여건이 비슷한 대만과 싱가포르 달러화보다 높게 나온다.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등으로 측정되는 신용 리스크는 최근 들어 개선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까지 원화가 안전통화로 평가받을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지 않았다. 다가오는 2020년대처럼 외환시장 환경 면에서는 ‘뉴 노멀’에서 ‘뉴 애브노멀’로, 위험관리 면에서는 ‘불확실성’에서 ‘초불확실성’으로 한 단계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대에는 원화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는 이유다.
늦었다 하더라도 외환당국은 외국자금의 유입 속도를 조절하고 유입 외자의 성격을 파악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소극적인 시장개입에 그쳤지만, 평상시에는 적용하지 않다가 과다하게 유입될 때 부과하는 ‘이원적 외환 거래세(two way Tobin tax system)’ 도입 등도 검토해놔야 한다.
갑작스러운 외자 이탈에도 대비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선 자금까지 포함하면 5000억달러 이상으로 안정권이다. 하지만 사전에 외국 자금의 이탈 징후를 포착하는 것이 경제 안정성과 정책효율 면에서 더 중요하다는 점을 정책당국은 인식해야 한다. 기업도 환위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환위험 관리방안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