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7개월 연속 30%↓…올 수출, 10년 만에 두 자릿수 감소 유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10대 수출국 중 8곳 쪼그라들어
뚜껑 열어보니 정부도 참담
뚜껑 열어보니 정부도 참담
“답이 안 나온다.”
작년 동기 대비 14.3% 하락한 11월의 수출 실적은 정부도 예상하지 못한 수치였다. 10월(-14.8%)에 바닥을 친 뒤 11월부터는 수출 감소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유럽에 납품할 예정이던 대형 해양플랜트 인도가 갑자기 취소되면서 선박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 넘게 감소했다”며 “우리 수출 구조가 반도체 등 특정 품목 및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점도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중국 여전히 ‘불안’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최대 수출국인 중국 실적이 부진한 게 치명타였다. 지난달 실적을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수출이 73억9000만달러로, 작년 동기(106억8000만달러) 대비 30.8% 줄었다. 전체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은 올 5월 -30.5%를 기록한 뒤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30% 안팎의 감소율을 보였다.
시장 단가가 낮은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주력인 D램 8Gb 가격은 지난달 평균 2.81달러로, 1년 전 대비 3분의 1 토막에 그쳤다. 같은 기간 낸드 가격은 4.74달러에서 4.31달러로 9.1% 떨어졌다.
반도체 외에 디스플레이(-23.4%) 2차전지(-17.7%) 섬유(-12.3%) 석유화학(-19.0%) 석유제품(-11.9%) 선박(-62.1%) 등도 부진했다. 컴퓨터(23.5%) 화장품(9.9%) 바이오헬스(5.8%) 등 일부 품목에서만 수출 실적이 다소 개선됐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으로의 수출이 지난달 12.2% 급감했다. 미국(-8.3%) 일본(-10.9%) 아세안(-19.5%) 유럽연합(-21.9%) 등 10대 수출국 중에서 중동(1.0%) 독립국가연합(31.6%)만 빼고 전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1월 수출 실적은 확정치가 발표되는 15일께 좀 더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 1~10월 중 수출 확정치는 9월만 빼놓고 매번 잠정치 대비 악화했다. 예컨대 올 5월 1일 발표한 수출 증감률은 -9.4%였으나 같은달 15일 나온 확정치는 -9.8%였다. 6월 수출 실적 역시 보름 만에 -13.5%에서 -13.8%로 수정됐다. 올해 두 자릿수 감소율 불가피
올해 1~11월 누적 수출은 4969억달러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5567억달러) 대비 10.7% 감소한 수치다.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5500억달러를 밑돌 게 확실시된다. 다음달 조업일수가 23.0일(토요일은 0.5일로 계산)로, 작년 12월(22.5일)보다 0.5일 많지만 수출 감소 추세를 반전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작년엔 사상 최대인 6049억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수출이 작년보다 10.2% 줄어든 5430억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13.9%) 이후 10년 만에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이는 것이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 흑자 폭도 급감하고 있다. 올 1~11월 무역수지는 377억달러다. 지금 추세라면 연간 기준으로 400억달러대 초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2012년(283억달러) 후 7년 만에 최저치가 된다.
정부 “내년 2~3월엔 다시 증가”
정부는 내년 2~3월엔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1년 이상 수출이 나빴던 데 따른 기저 효과에다 반도체 단가가 서서히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다음달 종료 예정이던 전략시장에 대한 수출보험 한도 증액을 내년 1분기까지 연장하기로 했다”며 “내년 수출 여건도 녹록하지 않지만 1분기 중엔 반드시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소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동남아시아 등 신남방 지역의 수출 비중이 처음으로 20%를 넘은 건 수출 다변화 차원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는 평가다. 중소 수출기업 비중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올 1~11월 수출 물량이 작년 동기 대비 0.3% 증가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20대 품목 중에서 반도체(6.2%) 석유화학(1.9%) 자동차(6.1%) 바이오헬스(3.2%) 등 13개 품목의 물량이 증가했다. 각 품목 단가가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실적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란 게 정부 예상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작년 동기 대비 14.3% 하락한 11월의 수출 실적은 정부도 예상하지 못한 수치였다. 10월(-14.8%)에 바닥을 친 뒤 11월부터는 수출 감소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유럽에 납품할 예정이던 대형 해양플랜트 인도가 갑자기 취소되면서 선박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 넘게 감소했다”며 “우리 수출 구조가 반도체 등 특정 품목 및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점도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중국 여전히 ‘불안’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최대 수출국인 중국 실적이 부진한 게 치명타였다. 지난달 실적을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수출이 73억9000만달러로, 작년 동기(106억8000만달러) 대비 30.8% 줄었다. 전체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은 올 5월 -30.5%를 기록한 뒤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30% 안팎의 감소율을 보였다.
시장 단가가 낮은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주력인 D램 8Gb 가격은 지난달 평균 2.81달러로, 1년 전 대비 3분의 1 토막에 그쳤다. 같은 기간 낸드 가격은 4.74달러에서 4.31달러로 9.1% 떨어졌다.
반도체 외에 디스플레이(-23.4%) 2차전지(-17.7%) 섬유(-12.3%) 석유화학(-19.0%) 석유제품(-11.9%) 선박(-62.1%) 등도 부진했다. 컴퓨터(23.5%) 화장품(9.9%) 바이오헬스(5.8%) 등 일부 품목에서만 수출 실적이 다소 개선됐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으로의 수출이 지난달 12.2% 급감했다. 미국(-8.3%) 일본(-10.9%) 아세안(-19.5%) 유럽연합(-21.9%) 등 10대 수출국 중에서 중동(1.0%) 독립국가연합(31.6%)만 빼고 전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1월 수출 실적은 확정치가 발표되는 15일께 좀 더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 1~10월 중 수출 확정치는 9월만 빼놓고 매번 잠정치 대비 악화했다. 예컨대 올 5월 1일 발표한 수출 증감률은 -9.4%였으나 같은달 15일 나온 확정치는 -9.8%였다. 6월 수출 실적 역시 보름 만에 -13.5%에서 -13.8%로 수정됐다. 올해 두 자릿수 감소율 불가피
올해 1~11월 누적 수출은 4969억달러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5567억달러) 대비 10.7% 감소한 수치다.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5500억달러를 밑돌 게 확실시된다. 다음달 조업일수가 23.0일(토요일은 0.5일로 계산)로, 작년 12월(22.5일)보다 0.5일 많지만 수출 감소 추세를 반전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작년엔 사상 최대인 6049억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수출이 작년보다 10.2% 줄어든 5430억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13.9%) 이후 10년 만에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이는 것이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 흑자 폭도 급감하고 있다. 올 1~11월 무역수지는 377억달러다. 지금 추세라면 연간 기준으로 400억달러대 초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2012년(283억달러) 후 7년 만에 최저치가 된다.
정부 “내년 2~3월엔 다시 증가”
정부는 내년 2~3월엔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1년 이상 수출이 나빴던 데 따른 기저 효과에다 반도체 단가가 서서히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다음달 종료 예정이던 전략시장에 대한 수출보험 한도 증액을 내년 1분기까지 연장하기로 했다”며 “내년 수출 여건도 녹록하지 않지만 1분기 중엔 반드시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소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동남아시아 등 신남방 지역의 수출 비중이 처음으로 20%를 넘은 건 수출 다변화 차원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는 평가다. 중소 수출기업 비중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올 1~11월 수출 물량이 작년 동기 대비 0.3% 증가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20대 품목 중에서 반도체(6.2%) 석유화학(1.9%) 자동차(6.1%) 바이오헬스(3.2%) 등 13개 품목의 물량이 증가했다. 각 품목 단가가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실적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란 게 정부 예상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