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ㅣ'겨울왕국' 안나의 어머니는 한국인? 캐릭터 총괄 이현민 "언니에게 영감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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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민 슈퍼바이저, '겨울왕국' 안나 캐릭터 총괄
'겨울왕국' 첫 시즌 애니메이터 참여
"안나, 친 언니에게 영감 얻었다"
'겨울왕국' 첫 시즌 애니메이터 참여
"안나, 친 언니에게 영감 얻었다"
개봉 2주 만에 858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겨울왕국2'의 흥행 요소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는 게 엘사와 안나의 자매애다. 엘사가 화려한 마법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면, 안나는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는다.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그런 안나 캐릭터를 총괄한 사람이다. 지난 시즌에 안나의 애니메이터로 참여했던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겨울왕국2'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총괄 업무에 지원해 2007년 디즈니 입사 후 처음으로 슈퍼바이저 직을 수행하게 됐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을 본 후 만화에 빠져들었던 소녀는 꿈의 회사에 입사해 자신을 닮은 캐릭터까지 총괄하게 된 것.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한국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나왔다.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홍콩과 말레이시아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지만 한국의 교육과정을 마친 한국인이다.
대학교 진학 후 애니메이션을 전공을 위해 웨슬리언대학교로 유학을 떠나면서 미국 생활을 시작했고, 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CalArts)에 진학해 인턴쉽 등을 수행하면서 디즈니와 인연을 맺었다. 칼아츠 재학 시절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패시지'(Passages)가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에 출품되는 등 일찍이 애니메이터로서 실력을 인정받은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디즈니 입사 후 아카데미상 후보에도 오른 '공주와 개구리'를 시작으로 '곰돌이 푸', '주먹왕 랄프', '빅 히어로', '주토피아', '모아나' 등 디즈니 대표작 곳곳에 이름을 올렸다.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자신의 업무에 대해 "여러 사람이 한 일을 한 사람이 한 것처럼 보이도록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즈니는 여러 부서로 나뉘어 있고, 이들과 협업을 통해 하나의 캐릭터가 완성이 돼요. 안나 역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었죠.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사람부터 의상 디자인, 모션 담당자 등이 다 따로 있어요. 이들과 함께 안나가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동작을 하고, 어떤 습관을 갖고 있는지 디자인하고 연구하죠. 여러 명이 함께 작업했지만 안나라는 한 사람처럼 보이도록 통일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했어요." 이번 시즌에서 이현민 슈퍼바이저가 특히 신경을 기울인 부분은 안나의 성장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겨울왕국' 전편을 거쳐 성장한 안나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그려내야 했던 것.
이를 위해 "안나가 어릴 땐 이런 모습이었고, 이런 반응과 습관을 가지고 있었으니 이런 장면에선 이렇게 행동하겠구나를 늘 연구했다"고 밝혔다.
디즈니에서 슈퍼바이저는 '승진'의 개념이 아니다. 하나의 영화가 만들어질 때마다 새로운 슈퍼바이저들이 임명되고, 작업을 마치면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때문에 슈퍼바이저 직에 지원하지 않고 자신의 업무에만 집중하겠다고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현민 슈퍼바이저가 총괄 업무에 지원한 이유는 안나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 또한 많은 지원자들 중 크리스 벅, 제니퍼 리 감독이 안나의 책임자로 이현민 슈퍼바이저를 뽑은 것에 대해 "나와 닮은 부분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제가 80~90명의 애니메이터 중에 가장 실력이 뛰어나서 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애니메이터들도 액션, 코미디, 연기 등 다들 잘하는 분야가 있고요. 저는 평소에도 안나와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어요. 성격도 그렇고, 회사에서 박수치고, 뛰어다니고 그러거든요.(웃음) 그런 면들을 감독님들이 고려해서 뽑아주신 거 같아요."
본인과도 비슷하지만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안나를 작업하면서 "언니에게서 영감을 많이 얻었다"고 전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에요. 주변의 사람, 생명, 그리고 그것들의 성격을 유심히 관찰하고 생각하죠. 캐릭터와 맞는 부분이 있으면 그때의 그 사람, 그 장면을 끌어다 반영하고요. 저도 언니가 있는데, 굉장히 활달하고 밝아요. 저희 관계도 안나와 엘사처럼 애틋해요.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저희끼리 '엄마가 남겨준 선물'이라고 말해요. 그런 부분들이 작업을 하면서도 도움이 됐어요."
안나는 엘사와 함께 '겨울왕국' 시리즈를 이끄는 중요한 캐릭터다. 그럼에도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엔 엘사가 있다. 안나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섭섭하진 않나"고 묻자 "솔직히 엘사가 마법을 하면 멋있지 않냐"면서 호탕한 웃음을 보였다.
또 "안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인 만큼, 센터가 아니라도 괜찮다고 할 거 같다"고 말했다. '겨울왕국2' 프로모션을 마친 후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다시 디즈니로 돌아간다.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디즈니에는 저 외에도 많은 한국인들이 있다"며 "팀마다 한국인들이 있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디즈니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드러내는 것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디즈니는 여러 민족과 여러 사람이 모여 인종, 성별을 가리지 않고 아이디어를 듣고 그 의견들을 존중해요. 디즈니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 다음 세대와 다른 공간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 노력하거든요. 한국은 역사도 깊고 오랜 전통도 있어서 그런 부분이 디즈니에 더욱 부합하지 않나 싶어요. 여기에 한국인 특유의 '열심히'하는 성격도 있고요.(웃음)"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그런 안나 캐릭터를 총괄한 사람이다. 지난 시즌에 안나의 애니메이터로 참여했던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겨울왕국2'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총괄 업무에 지원해 2007년 디즈니 입사 후 처음으로 슈퍼바이저 직을 수행하게 됐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을 본 후 만화에 빠져들었던 소녀는 꿈의 회사에 입사해 자신을 닮은 캐릭터까지 총괄하게 된 것.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한국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나왔다.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홍콩과 말레이시아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지만 한국의 교육과정을 마친 한국인이다.
대학교 진학 후 애니메이션을 전공을 위해 웨슬리언대학교로 유학을 떠나면서 미국 생활을 시작했고, 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CalArts)에 진학해 인턴쉽 등을 수행하면서 디즈니와 인연을 맺었다. 칼아츠 재학 시절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패시지'(Passages)가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에 출품되는 등 일찍이 애니메이터로서 실력을 인정받은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디즈니 입사 후 아카데미상 후보에도 오른 '공주와 개구리'를 시작으로 '곰돌이 푸', '주먹왕 랄프', '빅 히어로', '주토피아', '모아나' 등 디즈니 대표작 곳곳에 이름을 올렸다.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자신의 업무에 대해 "여러 사람이 한 일을 한 사람이 한 것처럼 보이도록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즈니는 여러 부서로 나뉘어 있고, 이들과 협업을 통해 하나의 캐릭터가 완성이 돼요. 안나 역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었죠.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사람부터 의상 디자인, 모션 담당자 등이 다 따로 있어요. 이들과 함께 안나가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동작을 하고, 어떤 습관을 갖고 있는지 디자인하고 연구하죠. 여러 명이 함께 작업했지만 안나라는 한 사람처럼 보이도록 통일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했어요." 이번 시즌에서 이현민 슈퍼바이저가 특히 신경을 기울인 부분은 안나의 성장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겨울왕국' 전편을 거쳐 성장한 안나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그려내야 했던 것.
이를 위해 "안나가 어릴 땐 이런 모습이었고, 이런 반응과 습관을 가지고 있었으니 이런 장면에선 이렇게 행동하겠구나를 늘 연구했다"고 밝혔다.
디즈니에서 슈퍼바이저는 '승진'의 개념이 아니다. 하나의 영화가 만들어질 때마다 새로운 슈퍼바이저들이 임명되고, 작업을 마치면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때문에 슈퍼바이저 직에 지원하지 않고 자신의 업무에만 집중하겠다고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현민 슈퍼바이저가 총괄 업무에 지원한 이유는 안나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 또한 많은 지원자들 중 크리스 벅, 제니퍼 리 감독이 안나의 책임자로 이현민 슈퍼바이저를 뽑은 것에 대해 "나와 닮은 부분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제가 80~90명의 애니메이터 중에 가장 실력이 뛰어나서 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애니메이터들도 액션, 코미디, 연기 등 다들 잘하는 분야가 있고요. 저는 평소에도 안나와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어요. 성격도 그렇고, 회사에서 박수치고, 뛰어다니고 그러거든요.(웃음) 그런 면들을 감독님들이 고려해서 뽑아주신 거 같아요."
본인과도 비슷하지만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안나를 작업하면서 "언니에게서 영감을 많이 얻었다"고 전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에요. 주변의 사람, 생명, 그리고 그것들의 성격을 유심히 관찰하고 생각하죠. 캐릭터와 맞는 부분이 있으면 그때의 그 사람, 그 장면을 끌어다 반영하고요. 저도 언니가 있는데, 굉장히 활달하고 밝아요. 저희 관계도 안나와 엘사처럼 애틋해요.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저희끼리 '엄마가 남겨준 선물'이라고 말해요. 그런 부분들이 작업을 하면서도 도움이 됐어요."
안나는 엘사와 함께 '겨울왕국' 시리즈를 이끄는 중요한 캐릭터다. 그럼에도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엔 엘사가 있다. 안나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섭섭하진 않나"고 묻자 "솔직히 엘사가 마법을 하면 멋있지 않냐"면서 호탕한 웃음을 보였다.
또 "안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인 만큼, 센터가 아니라도 괜찮다고 할 거 같다"고 말했다. '겨울왕국2' 프로모션을 마친 후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다시 디즈니로 돌아간다.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디즈니에는 저 외에도 많은 한국인들이 있다"며 "팀마다 한국인들이 있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디즈니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드러내는 것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디즈니는 여러 민족과 여러 사람이 모여 인종, 성별을 가리지 않고 아이디어를 듣고 그 의견들을 존중해요. 디즈니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 다음 세대와 다른 공간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 노력하거든요. 한국은 역사도 깊고 오랜 전통도 있어서 그런 부분이 디즈니에 더욱 부합하지 않나 싶어요. 여기에 한국인 특유의 '열심히'하는 성격도 있고요.(웃음)"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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