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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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공모 상품으로 구성된 신탁을 은행 창구에서 팔 수 있게 해달라는 은행권의 건의상항을 받아들이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공모상품으로 구성된 신탁의 은행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은행권의 건의는 수용하지 않는 쪽으로 내부 방침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 안에 공모펀드를 넣었다고 사모펀드가 공모펀드가 되지 않는 것처럼 공모펀드로 구성했다고 신탁상품이 공모형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공모형 신탁과 사모형 신탁을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공모형 신탁을 허용해달라는 건의는 사실상 현실성이 없는 방안이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DLF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고난도 사모펀드뿐 아니라 고난도 신탁 상품의 은행 판매도 금지했다. 안정 성향이 강한 은행 고객 특성상 위험 상품 취급으로 고객의 피해가 우려돼서다.

고난도 상품은 투자자의 이해가 어려운 상품 가운데 최대 원금손실률이 20~30%에 달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권은 이번 제도 개선안이 발표된 이후 공모상품을 담은 신탁상품은 은행 창구 판매를 허용해달라고 건의했다. 신탁은 공모펀드 수준의 규제를 받고 있고 공모펀드 역시 강한 규제 대상이기 때문에 공모펀드를 담은 신탁 상품은 고객들에게 팔 수 있게 해달하는 것이다.

은행권은 특히 40조원 상당의 주가연계신탁(ELT)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해 ELT 판매 금지 조치에 대한 불만이 많다. 개별 종목의 주가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을 주가연계증권(ELS)이라고 하는데 이 상품을 신탁 형태로 팔면 ELT다.

은행권이 공모 상품을 담은 신탁 상품을 허용해달라는 건의를 처음 내놨을 때 당국의 입장은 비교적 전향적이었으나 최근 은행권의 과도한 요구로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경기 파주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은행들이 '신탁 상품이 다 죽는다'고 (금융당국을) 협박해선 안된다"며 경고했다. 이번 사태는 은행이 잘못해서 시작된 일인데 오히려 은행들이 피해자가 된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는 "엊그제까지 잘못했다고 빌었던 사람들 맞나 싶다"며 "신탁이 고사할 것이라는 은행들의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고 4% 수익률 상품은 다 사라지게 생겼다는 식의 얘기도 불쾌하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은행 등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건의사항을 살펴보고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보완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도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