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이 내년부터 사실상 고교학점제와 같은 형태의 ‘공유캠퍼스’를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공유캠퍼스로 지정된 학교의 학생들은 근처 다른 학교에서 정규 교과목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다른 학교에서 듣는 과목의 성적은 절대평가로 산출한다. 하지만 고교학점제 도입의 전제 조건인 내신 절대평가를 현실적으로 전면 시행하기 어려워 대상 과목이 일부 선택과목에 그칠 전망이다.

서울 고교생, 대학처럼 他학교서 수업 듣는다
서울교육청은 학교 간 이동수업이 가능한 공유캠퍼스 3~4곳을 오는 13일까지 지정해 내년부터 시범 운영한다고 2일 밝혔다. 하나의 공유캠퍼스는 3~5곳의 일반고 및 자율형공립고로 구성된다. 하나의 공유캠퍼스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개설되지 않은 과목을 다른 학교에서 수강할 수 있다. 공유캠퍼스가 도입되면 학생들은 과목 선택권이 늘어나고, 학교는 과목 개설 부담이 줄어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서울교육청의 설명이다.

학생들은 주 1회 정도 다른 학교로 가서 수업을 들을 예정이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학교를 옮겨 오후 시간에 수업을 듣고 귀가하는 방식이다. 서울교육청은 시범 운영을 토대로 2024년까지 25개 자치구마다 1개 이상의 공유캠퍼스를 둘 계획이다.

공유캠퍼스는 학생이 다른 학교에서 원하는 수업을 듣는다는 점에서 2025년부터 전국에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의 시범 정책 성격을 지닌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공유캠퍼스는 고교학점제 시행을 학교가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유캠퍼스에서 수강 가능한 과목은 일부 선택과목으로 제한된다. 교육과정을 여러 학교가 공동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내신 절대평가제가 불가피한데,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수학 등 보통 교과목은 학교 간 이동수업을 최대한 막을 계획”이라며 “공동교육과정은 대부분 학교에서 개설하지 못한 진로선택 과목이나 제2외국어를 대상으로 운영할 예정이어서 절대평가제 운영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