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산유 '다섯 명의 나부'
누드는 서양미술의 오래된 소재다. 전통 누드화는 부드러운 피부 표현과 성적인 묘사를 중시했다. 복잡한 구조를 가진 육체는 미묘한 형태와 맥동(脈動)에 의해 미를 표현하는 최고의 대상이 돼왔다. 처음에는 남성 누드에 한정돼 있었으나, 기원전 4세기부터 여성이 월등히 많아졌다.

프랑스에서 서양미술을 공부한 중국 근대미술의 거장 산유(1901~1966)도 여성 누드를 즐겨 그렸다. 그의 전작 도록에는 총 56점의 누드화가 실려 있다. 이 중 일곱 점은 늘씬한 여성들이 서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1950년 완성한 ‘다섯 명의 나부(裸婦)’도 벌거벗은 다섯 명의 여성이 모델처럼 서 있는 모습을 묘사했다. 가로 172㎝, 세로 120㎝ 크기로 산유의 누드화 중 가장 큰 작품이다. 중국 전통 서예에서 영감을 받은 필력과 서양화 기법이 두드러진다. 몸매를 굵은 선묘(線描)로 스케치해 리듬감을 살려냈고, 분홍색 계통의 농담(濃淡)으로 채색해 우아미를 아울렀다. 노란색 바닥과 붉은 벽지, 대상과 공간의 여백, 고양이와 다람쥐의 묘한 포즈를 통해 탄탄한 구성력과 조화미도 노렸다.

이 그림은 지난달 23일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수수료를 포함해 3억398만5000홍콩달러(약 459억원)에 낙찰돼 산유 작품의 경매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