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대전 일대.  /한경DB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대전 일대. /한경DB
주택가격 상승세가 서울 등 수도권에 이어 지방 소도시까지 번지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발표 이후 정부는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부작용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역대 최강의 부동산 규제로 일컬어지던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도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서울은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로, 지방은 인근 지역과의 ‘격차 메우기’ 현상이 벌어지면서 부동산시장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방 소도시 ‘갭 메우기’ 본격화

2일 한국감정원 등에 따르면 부산·울산·대전 등 지방 광역시에 이어 인구 100만 명 미만의 소도시까지 매수세가 번지며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 상승 전환했다. 2016년부터 내리 떨어졌던 충남 아산과 천안 아파트 매매가격은 9월 말 나란히 상승 전환했다. 지난주엔 천안이 0.11%, 아산은 0.08% 상승했다.

미분양 물량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청주테크노폴리스 6블록에 공급된 ‘청주테크노폴리스 지웰푸르지오’(1148가구)는 지난달 19일 정당계약을 시작한 지 보름여 만에 계약이 끝났다. 청주시가 공급 과잉으로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사정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미분양에 시달렸던 인근 모충동 주거환경개선지구 역시 최근 한 달간 600가구 넘게 계약이 이뤄져 전체 계약률이 85%까지 치솟았다. 흥덕구 L공인 관계자는 “올해 청주 분양단지들이 모두 1순위에서 미달이 생겼지만 최근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며 “지웰푸르지오 무순위 청약에선 앞 번호표가 1000만원 넘게 거래돼 문제가 됐을 정도”라고 말했다.

아산의 분위기도 연초와는 딴판이다. 신영이 지난 2월 1순위 청약을 받은 아산 ‘탕정지구 지웰시티푸르지오’에는 웃돈이 8000만원(전용 132㎡ 기준)까지 붙었다. 탕정면 J공인 대표는 “인근 불당신도시 가격이 3.3㎡당 1800만~2000만원 오른 반면 탕정 분양가는 1000만원 언저리에 불과했다”며 “입주 시점에 웃돈이 더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반기 수도권에서 시작된 가격 상승세에 영향을 받아 지방 주요 도시들이 뒤따라 오르는 격차 메우기 현상이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전의 상승세가 청주로 이어지는 등 과잉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덜 올랐거나 규제가 덜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외지 투자자가 먼저 들어가면 현지 투자 및 실수요가 따라붙는 패턴”이라고 분석했다.

지방 광역시의 과열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다. 울산은 2년 만에 상승 전환했고, 부산은 조정대상지역 해제 후 최근 한 달간 2% 가까이 급등했다. 지방 아파트값은 지난 11일 기준으로 2년 만에 상승 전환한 이래 지난주에도 0.06% 오르며 상승세를 굳혔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도 더 가팔라져

먼저 불을 지핀 서울의 분위기는 더 뜨겁다. 올해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등) 매매가격 누적 변동률은 지난달 상승으로 돌아섰다. 상반기에는 1%가량 떨어지며 지난해 9·13대책이 효과를 내는 듯했지만, 하반기 들어 이어진 상승세가 상반기의 하락분을 상쇄한 결과다.

이날 감정원이 발표한 ‘11월 전국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가격은 0.50% 올라 전월(0.44%)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지난해 10월(0.51%) 이후 월간 최대 상승 폭이다. 누적 변동률 역시 0.38%로 올 들어 처음으로 플러스 전환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분양가 상한제 발표와 고가 아파트 실거래 조사 등 ‘전방위 압박’에도 매수 심리를 꺾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똘똘한 한 채를 겨냥한 강남 고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누적 상승세는 더 커질 전망이다. 입주 10년차인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10월 31억원에 거래되며 3.3㎡당 1억원에 근접했다. 아크로리버파크에 이어 두 번째 ‘3.3㎡당 1억원’ 아파트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공급 축소 우려, 청약가점 상승 등으로 30대 실수요자들까지 적극적으로 매매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며 “불안 요인이 커지면서 매수세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정/양길성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