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은 더 뜨거워져
지방 소도시 ‘갭 메우기’ 본격화
2일 한국감정원 등에 따르면 부산·울산·대전 등 지방 광역시에 이어 인구 100만 명 미만의 소도시까지 매수세가 번지며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 상승 전환했다. 2016년부터 내리 떨어졌던 충남 아산과 천안 아파트 매매가격은 9월 말 나란히 상승 전환했다. 지난주엔 천안이 0.11%, 아산은 0.08% 상승했다.
미분양 물량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청주테크노폴리스 6블록에 공급된 ‘청주테크노폴리스 지웰푸르지오’(1148가구)는 지난달 19일 정당계약을 시작한 지 보름여 만에 계약이 끝났다. 청주시가 공급 과잉으로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사정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미분양에 시달렸던 인근 모충동 주거환경개선지구 역시 최근 한 달간 600가구 넘게 계약이 이뤄져 전체 계약률이 85%까지 치솟았다. 흥덕구 L공인 관계자는 “올해 청주 분양단지들이 모두 1순위에서 미달이 생겼지만 최근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며 “지웰푸르지오 무순위 청약에선 앞 번호표가 1000만원 넘게 거래돼 문제가 됐을 정도”라고 말했다.
아산의 분위기도 연초와는 딴판이다. 신영이 지난 2월 1순위 청약을 받은 아산 ‘탕정지구 지웰시티푸르지오’에는 웃돈이 8000만원(전용 132㎡ 기준)까지 붙었다. 탕정면 J공인 대표는 “인근 불당신도시 가격이 3.3㎡당 1800만~2000만원 오른 반면 탕정 분양가는 1000만원 언저리에 불과했다”며 “입주 시점에 웃돈이 더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반기 수도권에서 시작된 가격 상승세에 영향을 받아 지방 주요 도시들이 뒤따라 오르는 격차 메우기 현상이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전의 상승세가 청주로 이어지는 등 과잉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덜 올랐거나 규제가 덜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외지 투자자가 먼저 들어가면 현지 투자 및 실수요가 따라붙는 패턴”이라고 분석했다.
지방 광역시의 과열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다. 울산은 2년 만에 상승 전환했고, 부산은 조정대상지역 해제 후 최근 한 달간 2% 가까이 급등했다. 지방 아파트값은 지난 11일 기준으로 2년 만에 상승 전환한 이래 지난주에도 0.06% 오르며 상승세를 굳혔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도 더 가팔라져
먼저 불을 지핀 서울의 분위기는 더 뜨겁다. 올해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등) 매매가격 누적 변동률은 지난달 상승으로 돌아섰다. 상반기에는 1%가량 떨어지며 지난해 9·13대책이 효과를 내는 듯했지만, 하반기 들어 이어진 상승세가 상반기의 하락분을 상쇄한 결과다.
이날 감정원이 발표한 ‘11월 전국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가격은 0.50% 올라 전월(0.44%)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지난해 10월(0.51%) 이후 월간 최대 상승 폭이다. 누적 변동률 역시 0.38%로 올 들어 처음으로 플러스 전환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분양가 상한제 발표와 고가 아파트 실거래 조사 등 ‘전방위 압박’에도 매수 심리를 꺾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똘똘한 한 채를 겨냥한 강남 고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누적 상승세는 더 커질 전망이다. 입주 10년차인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10월 31억원에 거래되며 3.3㎡당 1억원에 근접했다. 아크로리버파크에 이어 두 번째 ‘3.3㎡당 1억원’ 아파트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공급 축소 우려, 청약가점 상승 등으로 30대 실수요자들까지 적극적으로 매매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며 “불안 요인이 커지면서 매수세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정/양길성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