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재선 의원, 외부 인사로만 주요 당직 기용…"중진 물갈이 암시" 해석
친정체제 구축 비판도…홍준표 "김세연 쳐내고 친박 친정체제…이러다 망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8일간의 단식을 마친 후 2일 공식 당무에 복귀해 주요 당직 인선을 단행했다.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뿐 아니라 당 대표와 수시로 당무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는 최측근인 사무총장과 전략기획부총장을 비롯해 7명의 당직자가 전격 교체됐다.

당내에선 황 대표가 단식 복귀 일성으로 '쇄신' 카드를 꺼내든 지 5시간 만에 당직자 35명으로부터 일괄 사표를 수리한 데 이어, 같은 날 인선까지 완료하는 속도전을 편 것은 쇄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희경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당 대표님은 단식 투쟁 기간 당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뼈저리게 절감했다고 한다"며 "당직 인선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전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힌 인선 배경은 크게 ▲ 젊은 연령대·초재선 의원 중용 ▲ 측근 배제 ▲ 수도권 의원 전면 배치 ▲ 외부인사 영입 등이다.

실제로 사무총장과 전략기획부총장에 각각 박완수·송언석 등 초선 의원을 배치하고, 대표 비서실장·전략기획본부장·인재영입위원장에 각각 재선의 김명연·주광덕·염동열 의원을 기용했다.

주요 당직 인선에서 3선 이상을 모두 배제한 선수 파괴의 '파격'을 택한 것이다.
"파격이냐 친정체제냐"…단식 복귀 황교안의 첫 인선
당 안팎에서는 황 대표가 초·재선 의원과 외부 인재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내년 총선을 겨냥해 강력한 '친정 체제'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계 간 계파 갈등이 잠재된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는 3선 이상 중진보다는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 이후까지를 염두에 두고 당내 새로운 구심을 형성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초재선 의원들의 경우 중진의원들과 달리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당 대표의 쇄신을 지지한다'는 취지의 단체 메시지를 발신해왔다.

한 재선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인선에서 3선 이상이 모두 배제된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3선 이상을 모두 물갈이 대상으로 보고 백지에서 평가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파격이냐 친정체제냐"…단식 복귀 황교안의 첫 인선
이날 인선의 내용상 정작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향후 공천관리위원회에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사무총장과 함께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전략과 비전을 담당한 전략기획부총장이 모두 영남을 지역구로 두고 있어 수도권 민심의 향배가 중요한 전국 선거 지휘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당 관계자는 "역대 총선 사례를 보면 사무총장은 주로 수도권 출신 의원들이 맡았던 것이 관례였다.

그만큼 수도권 민심이 전국 선거의 흐름을 좌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기용된 인사들이 대부분 황 대표 지지그룹으로 알려진 초재선 의원 모임 '통합과 전진' 출신이라는 점도 거론된다.

특히 박완수 의원의 경우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계 핵심 초선 의원으로 통했다.

이때문에 일각에선 황 대표가 '쓴소리'를 감내하며 쇄신의 칼을 들기보다는 또다시 입맛에 맞는 인사로 당을 이끌어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친박 친정 체제를 확실히 구축하겠다는 뜻이 읽힌다.

이럴 거면 당직자들을 왜 바꾼 건지 모르겠다"며 "오전에 집단 사퇴도 쇼처럼 보일 정도로 진정성이 떨어지는 인사로, 친박 돌려막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원은 "당직 인선과 공관위, 보수통합위원회 등의 인선은 황 대표의 리더십뿐 아니라 당의 존망이 걸린 마지막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국민의 납득을 넘어서 파격적인 인선이 필요한데, 이날 인선으로 여당과의 세대교체·시대정신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쇄신(刷新)이 아니라 쇄악(刷惡)"이라며 "김세연 의원을 쳐내고 친박 친정 체제를 만들었으니 이러다가 당 망하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