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작년 11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에서 20억달러를 투자받았다. 이때 쿠팡의 기업가치는 90억달러(약 10조원)로 평가받았다. 작년 쿠팡의 거래액은 7조원 수준이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거래액의 1.4배에 해당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분석했다.

쿠팡 10조·위메프 2.5조·티몬 1.7조…e커머스 '몸값' 왜 차이 클까
e커머스 기업의 가치는 통상 거래액에 몇 배수를 곱해 산정한다. 주가수익비율(PER),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등을 주로 쓰는 다른 산업과 상이한 평가 방식이다. e커머스 기업이 대부분 적자를 내고 있고, 일부는 자기자본 잠식 상태일 정도로 재무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티몬 또한 작년에 1000억원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이익을 기준으로 가치를 산정하는 게 어려운 이유다.

티몬의 기업가치 산정에는 작년 연간 거래액 대비 0.48배가 적용됐다. 작년 거래액은 약 3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0.48을 곱해 기업가치 1조7000억원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티몬의 대주주가 매긴 가격이다. 실제 매각 협상이 본격화되면 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쿠팡에 비해 배수가 낮은 것은 시장 장악력이 쿠팡보다 떨어지고, 자체 물류망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류센터, 배송인력, 물류시스템 등은 쿠팡이 높은 배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였다.

IB업계 관계자는 “마켓컬리의 기업가치도 연간 거래액의 1배 이상으로 거론되는데, 이는 자체 물류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티몬과 사업 모델이 가장 비슷한 기업은 위메프다. 2010년 같은 해 창업한 데다 상품 기획력이 강하고, 자체 온라인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유입되는 트래픽이 많다는 게 공통점이다.

위메프는 최근 투자를 받으면서 기업가치를 산정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넥슨홀딩스 등으로부터 4000억원의 투자를 받으면서 산정된 기업가치는 약 2조5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는 작년 연간 거래액 약 5조원의 0.5배 수준이다. 티몬 측이 배수로 0.48을 정한 것은 ‘경쟁력은 위메프와 비슷하고, 거래액은 약간 적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1번가는 이보다 ‘몸값’이 더 낮았다. 작년 H&Q 등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을 당시 기업가치는 2조2000억원 안팎이었다. 거래액 9조원 기준 0.24배에 불과했다. 11번가가 올리는 매출 중 네이버를 통해 유입된 소비자의 구매가 많았기 때문이다. 직접 11번가로 들어오는 소비자가 적은 것이 ‘디스카운트’ 요인이 됐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