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권시장의 ‘나홀로 약세’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올 들어 주요 20개국(G20) 증시 대부분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반면 코스피지수는 어제까지 2.1% 오르는 데 그쳤다. 올 들어 0.1% 내린 인도네시아와 연초 대비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사우디를 제외하면 G20 국가 가운데 상승률이 꼴찌다.

코스피지수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이 글로벌 기업 한 곳의 시가총액에도 못 미치는 일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지난 1일 기준 1조1874억달러로, 2일 원·달러 환율(1183원10전)로 환산하면 약 1404조8000억원에 달한다. 2일 종가 기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1404조9000억원)에 불과 1000억원 차이로 따라붙었다.

올 들어 70% 가까이 오른 애플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 추월은 시간문제다. 애플뿐이 아니다. 또 다른 미국 IT 회사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가총액 역시 최근 1조1500억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애플이나 MS가 시가총액 기준 세계 1, 2위를 다투게 된 것은 위기도 있었지만 신산업 개발과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해 이를 슬기롭게 극복했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에는 쉴 새 없이 혁신기업이 등장해 강자들을 갈아치우는 신진대사가 활발하다. 애플과 MS가 다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경쟁에서 버텨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증시는 삼성전자에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30%가량을 의존하며 반도체 시황에 따라 지수가 출렁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혁신 기업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타다’ 사례에서 보듯이 정부와 정치권은 이익집단 눈치만 보다 결과적으로 경쟁을 막는 규제장벽을 세우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기업가 정신도, 혁신도 생겨날 수 없다. 증시 역시 활기를 찾기 어렵다. 기업 활력을 회복시킬 획기적 정책 전환과 규제 개혁이 없다면 한국 증시의 위축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