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실적 악화에 2014년 무보수 책임경영 실천하기도

GS건설의 허명수(64) 부회장이 후배 세대를 위해 17년간 몸담았던 둥지를 떠난다.

3일 GS건설에 따르면 허 부회장은 정기 인사를 앞두고 급변하는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젊고 능력 있는 후배 세대들에게 길을 터 주기 위해 스스로 물러나기로 결심했다.

허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등 산업구조가 급변하는 변혁기에 걸맞은 젊고 역동적인 인재들이 회사를 앞에서 이끌 때"라며 사의를 밝혔다고 GS건설은 전했다.

허 부회장은 GS건설의 경영 일선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상임 고문으로서 조언자 역할을 할 예정이다.

경복고와 고려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1년 LG전자에 사원으로 입사해 20여년 간 근무했다.

2002년 당시 LG건설이었던 GS건설로 자리를 옮겨 재경본부장(CFO), 사업총괄사장(COO),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그 여파가 절정에 다다르던 2008년 12월에 GS건설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당시 GS건설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미분양만 9천가구에 이르렀고, 건설업계에서는 정체불명의 '살생부'(구조조정 대상 회사)가 나돌던 엄혹한 시기였다.

허 부회장은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이후 내실경영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폐쇄적인 조직 문화를 개혁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또 현금 유동성을 늘려 회사의 재무 안정성을 높였고, 원가 경쟁력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혁신 활동을 펼쳤다.

이후 GS건설은 현금흐름이 대폭 개선되고 수주가 급증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를 냈다.

그는 건설업계에 불어닥친 위기를 극복하고 GS건설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과 2010년 연속으로 한국경영자협회에서 주최하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상'을 받았다.

2012년에는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평가에서 GS건설 창사 이래 최초로 '글로벌 슈퍼 섹터' 리더에 선정됐다.

허 부회장은 GS건설의 재도약기를 이끈 뒤 2013년 6월 지금의 부회장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부회장직을 수행하면서도 해외 사업과 국내 주택사업에서 GS건설이 좋은 경영 실적을 내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리더십을 발휘했다.

특히 허 부회장은 회사 실적이 일시적으로 악화하자 실적이 호전되기 전까지 급여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2014년 한 해 동안 무보수 책임경영을 실천하기도 했다.

아울러 허 부회장은 오너가(家)의 일원임에도 바닥부터 시작해 단 한 번의 특진 없이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른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는 1981년 LG전자 사원으로 입사해 창원공장에서 근무하며 밑바닥 생활부터 시작했다.

당시 일반 사원과 같이 수년간 '전기밥솥에 남은 눌은밥'을 먹으며 공장 일을 했다.

오너가 일원이었지만 그가 임원(상무)으로 승진한 것은 회사 생활 19년 만인 2000년에 이르렀을 때였다.

GS건설로 이동한 2002년에도 그의 직함은 여전히 상무였고, 오너가라면 관례로 여겨졌던 고속 승진이나 특진은 한 차례도 없었다.

누구든 실적 없이는 승진도 없다는 GS가의 엄격한 가풍 때문이었다.

그는 최고경영자 취임 후 오너 경영자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나는 실적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하는 실무 CEO"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허 부회장이 가장 중시했던 경영의 핵심은 '현장'이었다고 한다.

CEO 취임 직후 국내외 70개 현장을 모두 돌며 애로사항을 듣고 직원 한 사람 한 사람과 일일이 소주잔을 주고받으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또 해외 출장을 나갈 때면 영어, 러시아, 베트남어, 아랍어 등으로 된 회사 홍보자료를 챙겨 외국의 발주처와 고위 인사들을 만날 때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