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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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 대신 러시아와 협력 강화에 나섰습니다. 미국의 제재로 연구개발(R&D) 활동에 어려움을 겪자 기초과학이 튼튼한 러시아와 손잡고 차세대 기술 패권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정부와 의회가 화웨이와 관련한 국가 안보 우려를 제기하면서 지난 18개월간 프린스턴대, 스탠퍼드대, 버클리대, 메사추세츠공대(MIT) 등 미국 유명 대학이 화웨이와의 연구 협력을 중단하거나 재고하기로 했는데요. 이에 화웨이는 수학 등 기초과학이 발전한 러시아 측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반대 급부로 화웨이의 마케팅 기법을 전수받고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는 중국과의 과학기술 협력관계 구축을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는데요. 화웨이도 인공지능(AI) 생태계 발전을 비롯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에 적극적입니다. 노보시비르스크 주립 공업대가 연구 및 대학원생 훈련 등에서 화웨이와 협력하기로 하는 등 최근 6개월 새 최소 8곳의 러시아 대학 및 연구소가 화웨이와의 파트너십 체결 및 확대 방침을 밝혔다고 SCMP는 전했습니다. 화웨이는 이들 대학과 무선통신, 신경망, 기계학습, 데이터 처리·저장 분야에서 연구 협력 관계를 맺었습니다.

이는 화웨이가 제품 혁신의 원천을 얻기 위해 세계 대학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연간 3억달러(약 3560억원) 규모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겁니다. 화웨이는 러시아 대학들에 화웨이의 혁신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프로젝트당 최대 7만달러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원솬 화웨이 수석전략 구축가는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화웨이는 5년 내 10만명 이상의 인공지능 개발자, 20곳 이상의 대학 등과 관계를 맺고 AI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대학뿐만 아니라 러시아 최대 통신사인 모바일텔레시스템즈(MTS)는 지난 6월 화웨이와 러시아 전역에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는데요.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의 알렉산드르 가부예프는 “연구 분야에서 러시아가 미국의 상대가 되지 않겠지만 실리콘밸리와 미국 대학들에 대한 접근이 차단될 위험에 처한 화웨이에는 매력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호 협력이 서로에게 ‘윈윈’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러시아의 수준 높은 기초과학을 이용할 수 있고 러시아는 통신장비 분야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화웨이의 마케팅 기술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기술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