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집코노미 부동산 콘서트'에서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이 강연하고 있다. 최혁 기자
4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집코노미 부동산 콘서트'에서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이 강연하고 있다. 최혁 기자
“가격이 변화하고 있는 이유부터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사진)은 4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제3회 집코노미 부동산 콘서트’에서 “올해 서울 아파트가격이 상승반전한 건 매도물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증가했지만 반대로 시중에 매도공급은 줄면서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다. 이 위원은 “아파트 가격을 결정짓는 공급량은 입주물량이 아니라 시장에 내놓은 매물의 양”이라며 “예년의 서울 아파트 거래회전율은 9~10%대였지만 올해는 10월까지 2.8% 수준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매도공급이 감소하는 건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 게 이 위원의 분석이다. 그는 “거래회전율은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지만 가격 상승률은 오히려 둔화되고 있다”며 “가격이 이미 많이 오른 데다 대출규제까지 겹쳐 투자수요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위원은 이 같은 투자수요가 집값 움직임을 결정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서울 중위가격 아파트를 평균 전세가격을 끼고 산다고 가정할 때 연도별 자기자본수익률(ROE)은 올해 9%에 불과하다”며 “2017년 33%, 지난해 41%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고 짚었다.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매수하더라도 취·등록세와 중개수수료,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내고 나면 정작 손에 쥐는 수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이 위원의 지적이다.
4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집코노미 부동산 콘서트'에 500여명이 몰렸다. 최혁 기자
4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집코노미 부동산 콘서트'에 500여명이 몰렸다. 최혁 기자
그는 수요가 지속 감소하면서 매도공급이 늘어날 때 집값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2022년까지 인상될 종부세가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 위원은 “앞으로 2~3배까지 오를 종부세는 2주택 이상 소유자들에게 강한 매도압력을 가져올 것”이라며 “연초 대치동 은마아파트 가격이 2억~3억원씩 급등락을 보였던 게 이 같은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규제가 더욱 강해질 경우 수요는 더욱 감소할 수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작동하면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이 위원은 정반대의 예상을 했다. 그는 “상한제가 사실상 폐지된 이후인 2016~2017년 서울 집값이 급등세를 보였던 건 그동안 멈춰있던 정비사업장에서 멸실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상한제가 작동하면 재개발·재건축의 사업이 멈추는 데다 기대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투자 관점에선 이 같은 수요와 공급의 변동성을 읽어야 한다는 게 이 위원의 주장이다. 집주인들이 앞다퉈 집을 팔 때가 집값이 가장 낮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은 시그널은 거래량으로 읽을 수 있다”며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집값도 떨어지는 건 하락 추세이지만 거래량이 늘면서 집값이 떨어질 땐 바닥 신호”라고 조언했다.

그는 역발상도 제안했다. 집값이 많이 오른 곳이 아니라 하락기에 많이 빠질 수 있는 곳을 찾아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 위원은 “지난해 서울 자치구별 거래회전율을 따졌을 때 동작과 성동, 광진, 강남, 용산구가 가장 낮았다”며 “이들 지역 진입을 노리고 있다면 매도공급과 거래량을 따져 바닥을 진단하고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