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들어 두 번째 압수수색
靑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나"
靑 윗선 개입 조사 나선 檢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이날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 중단 의혹 사건과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오전 11시30분께 대통령비서실 압수수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압수수색은 이날 오후 5시35분까지 약 6시간 동안 이뤄졌다. 2일 압수수색을 하려던 검찰은 하루 전 백모 청와대 수사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일정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뒤인 3일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청와대와의 협의에 실패해 다음날로 미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청와대는 형사소송법상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이므로 책임자의 승낙을 얻어 진행했다”며 “청와대와의 협의 시점은 알려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2017년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의혹에 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의 감찰이 어느 수준까지 됐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특별감찰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중단됐다고 보고 있다. 특별감찰반은 2017년 8월 선임된 유재수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10월 감찰에 들어갔다가 돌연 중단했다. 당시 특감반은 유 전 부시장의 휴대폰을 포렌식해 엑셀시트로 100장이 넘는 분량의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압수수색도 포렌식 자료 원본 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1년 만에 다시 이뤄진 靑 압수수색
이날 압수수색은 청와대의 협조를 얻어 임의제출 형식으로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검찰은 청와대 서쪽 끝에 있는 서별관에서 영장에 적시된 자료를 넘겨받았다.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면서 청와대 방문기록이 남지 않는 서별관을 통한 것이다.
검찰은 감찰을 무마한 ‘윗선’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당시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당시 민정비서관)이 ‘3자 회의’를 통해 감찰 중단을 결정했다는 의혹도 조사에 포함돼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백 수사관이 숨진 다음날 서초경찰서 형사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휴대폰 등을 확보, 의혹 규명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청와대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약 1년 만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다. 검찰은 작년 12월에도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수사하면서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특감반 사무실이 있는 창성동 별관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
청와대는 검찰이 경찰에 이어 청와대 민정수석실까지 압수수색에 나서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검찰의 압수수색이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져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통상 사전 협의를 거쳐 압수수색이 이뤄진 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하지만 ‘압수수색 예고 보도’가 나오면서 청와대 참모들의 집무실인 여민관을 드나드는 출입문(연풍문)과 민정수석실 특감반원들의 사무실이 꾸려진 창성동 별관에 수많은 기자가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검찰이 해도 너무 한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압수수색 종료 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검찰이 요청한 자료는 작년 12월 ‘김태우 사건’에서 비롯한 압수수색에서 요청한 내용과 대동소이하다”며 “검찰이 국가 중요시설인 청와대를 거듭 압수수색한 것은 유감”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청와대와 검찰 간 갈등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국면까지 치달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을 비롯해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 등 검찰 수사의 칼끝이 청와대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 수사관의 죽음을 둘러싼 청와대와 검찰의 책임 공방마저 벌어지고 있다. 고 대변인은 검찰의 압수수색 하루 전인 3일에도 “유서에 있지도 않은 내용을 거짓으로 흘리고 있다”고 검찰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박재원/배태웅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