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김혜순 詩가 미국 개념미술 거장 작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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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당신을 위하여: 제니 홀저'
'아직 광장에 비가 뿌릴 때// 살해된 아이들의 이름을 수놓은/ 흰 머릿수건을 쓴 여자들이/ 느린 걸음으로 행진하고 있었다.
'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한강의 시 '거울 저편의 겨울 11'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관 천장에 매달린 사각 LED 기둥에 흘렀다.
16m 높이 천장에서 내려온 길이 6.4m 기둥 각 면을 둘러싼 LED 화면에는 김혜순 시인의 '죽음의 자서전' 중 '질식'도 등장한다.
작품은 에밀리 정민 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호진 아지즈까지 현대 문학가 5명의 텍스트를 선보인다.
문장이 LED 화면을 스쳐 가고, LED 기둥 자체도 위아래로 움직이며 여러 빛을 뿜어낸다.
미국 출신 세계적인 개념미술가 제니 홀저(69)의 로봇 LED 사인 '당신을 위하여'다.
전쟁과 폭력, 정치적 억압, 세월호 참사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 역사와 사회적 비극을 전하는 여성 화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니 홀저는 1970년대 후반 역사와 정치적 담론, 사회 문제를 다룬 경구들을 뉴욕 거리에 게시하면서 텍스트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을 했다.
1990년 제44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미국관을 대표하는 첫 여성 작가로 선정됐으며 그해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커미션 프로젝트 '당신을 위하여: 제니 홀저'를 내년 7월 5일까지 개최한다.
서울관 로비와 서울박스, 과천관 야외 공간에 제니 홀저 신작이 전시됐다.
작가가 처음 한국어로 작업한 작품들이다.
가로 37m, 세로 9.4m에 달하는 서울관 로비 벽면도 하나의 작품이 됐다.
작가가 1970년대 후반, 1980년대 초반 언어를 매체로 탐구하기 시작하면서 제작한 초기작 '경구들'과 '선동적 에세이' 포스터 1천600여장으로 벽면을 채웠다.
포스터 하나하나에는 작가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텍스트가 가득하다.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어조로 쓴 '선동적 에세이' 시리즈 25개 중 12가지를 각기 다른 색 포스터에 담았고, '경구들' 시리즈에서는 문장 240개를 발췌했다.
'경구들' 포스터는 한글을 썼다.
경구 가운데 작가가 선정한 11개는 과천관 석조 다리 위에 영구적으로 새겼다.
미술관을 찾은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설치작업이다.
작가가 뽑은 문구는 '지나친 의무감은 당신을 구속한다', '고독은 사람을 풍요롭게 한다',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하라', '당신은 과거이고 현재이며 미래다' 등이다.
한국을 찾은 제니 홀저는 "원래 추상화가가 되고 싶었는데 실패했고, 명확하게 드러나는 콘텐츠를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며 "둘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다가 언어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텍스트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예술계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이해하는 내용을 전달하고자 언어를 사용한다는 그는 "대중이 이해하는 작품을 하고자 했기에 이번에는 한글을 썼다"고 말했다.
상처와 고통을 다룬 문학 작품 선정에 대해서는 "나는 자신과 타인을 걱정하게 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가"라며 "그런 주제 중 하나가 여성이었고, 피해자이자 동시에 맞서 싸운 여성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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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한강의 시 '거울 저편의 겨울 11'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관 천장에 매달린 사각 LED 기둥에 흘렀다.
16m 높이 천장에서 내려온 길이 6.4m 기둥 각 면을 둘러싼 LED 화면에는 김혜순 시인의 '죽음의 자서전' 중 '질식'도 등장한다.
작품은 에밀리 정민 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호진 아지즈까지 현대 문학가 5명의 텍스트를 선보인다.
문장이 LED 화면을 스쳐 가고, LED 기둥 자체도 위아래로 움직이며 여러 빛을 뿜어낸다.
미국 출신 세계적인 개념미술가 제니 홀저(69)의 로봇 LED 사인 '당신을 위하여'다.
전쟁과 폭력, 정치적 억압, 세월호 참사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 역사와 사회적 비극을 전하는 여성 화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니 홀저는 1970년대 후반 역사와 정치적 담론, 사회 문제를 다룬 경구들을 뉴욕 거리에 게시하면서 텍스트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을 했다.
1990년 제44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미국관을 대표하는 첫 여성 작가로 선정됐으며 그해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커미션 프로젝트 '당신을 위하여: 제니 홀저'를 내년 7월 5일까지 개최한다.
서울관 로비와 서울박스, 과천관 야외 공간에 제니 홀저 신작이 전시됐다.
작가가 처음 한국어로 작업한 작품들이다.
가로 37m, 세로 9.4m에 달하는 서울관 로비 벽면도 하나의 작품이 됐다.
작가가 1970년대 후반, 1980년대 초반 언어를 매체로 탐구하기 시작하면서 제작한 초기작 '경구들'과 '선동적 에세이' 포스터 1천600여장으로 벽면을 채웠다.
포스터 하나하나에는 작가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텍스트가 가득하다.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어조로 쓴 '선동적 에세이' 시리즈 25개 중 12가지를 각기 다른 색 포스터에 담았고, '경구들' 시리즈에서는 문장 240개를 발췌했다.
'경구들' 포스터는 한글을 썼다.
경구 가운데 작가가 선정한 11개는 과천관 석조 다리 위에 영구적으로 새겼다.
미술관을 찾은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설치작업이다.
작가가 뽑은 문구는 '지나친 의무감은 당신을 구속한다', '고독은 사람을 풍요롭게 한다',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하라', '당신은 과거이고 현재이며 미래다' 등이다.
한국을 찾은 제니 홀저는 "원래 추상화가가 되고 싶었는데 실패했고, 명확하게 드러나는 콘텐츠를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며 "둘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다가 언어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텍스트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예술계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이해하는 내용을 전달하고자 언어를 사용한다는 그는 "대중이 이해하는 작품을 하고자 했기에 이번에는 한글을 썼다"고 말했다.
상처와 고통을 다룬 문학 작품 선정에 대해서는 "나는 자신과 타인을 걱정하게 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가"라며 "그런 주제 중 하나가 여성이었고, 피해자이자 동시에 맞서 싸운 여성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