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4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지 않으면 무역 문제로 걸고넘어지겠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NATO 정상회의 참석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분담금이 2% 이상인 NATO 회원국들만 따로 불러 오찬을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NATO는 2024년까지 국방예산을 GDP 대비 2% 이상으로 올리기로 합의했지만 올해 예상치 기준으로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국가는 29개 회원국 중 미국, 영국, 불가리아, 그리스, 에스토니아,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등 9개국뿐이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서유럽 ‘부자 나라’들은 이 기준에 미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찬에서 루마니아 대통령이 “동료 국가들이 우리의 선례를 따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자 “실제로 그들은 그럴 것”이라며 “그들이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무역으로 그들을 걸고넘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쪽이든 저쪽이든, 그들은 돈을 내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방위비 분담금을 제대로 올리지 않는 국가엔 보복관세를 물리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도 방위비 약속을 안 지키는 나라에 대해선 “통상 관점에서 다룰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틀 연속 방위비와 통상 문제를 연계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문제와 수입자동차(차 부품 포함)에 대한 관세 부과를 연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