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친이 불 지를 것 같아요" 피해자 호소 외면한 경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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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광주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현직 공군 부사관인 A(22)씨는 지난달 24일 B씨를 시켜 전 여자친구 부모님이 운영하는 비닐하우스 꽃집에 불을 질렀다.
A씨는 이 범행을 사주할 사람을 찾기 위해 SNS에 '죽을 용기를 가지고 일하실 분'이라는 제목으로 구인 광고를 냈다.
이 광고를 보고 공범 B씨보다 먼저 연락해온 한 남성이 있었다.
A씨는 지난 9월 이 남성에게 "내가 운영하는 꽃집에 불을 내주면 화재보험금을 타 사례하겠다"고 제안했다.
범죄에 동참하고 싶지 않았던 이 남성은 A씨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A씨가 방화 장소로 지목한 꽃집에 연락해 "방화를 의뢰하는 사람이 있다"고 알려줬다.
이러한 얘기를 들은 A씨의 전 여자친구는 불안한 마음에 관할 경찰서인 광주 서부경찰서를 3차례 찾아갔다.
그녀는 "전 남자친구가 불을 지르려고 모의하고 있다"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의 반응은 냉담했다.
경찰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우리가 당장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번번이 A씨의 전 여자친구를 돌려보냈다.
결국 경찰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A씨는 SNS를 통해 B씨를 만나게 됐고, 범행을 실행에 옮겼다.
이 방화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비닐하우스 2동이 전소됐다.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야 경찰은 B씨를 현주건조물 방화 혐의로 구속하고, A씨의 신병을 군 헌병대로 넘겼다.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범행 모의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대상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있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씨가 SNS 아이디를 바꿔가며 사용해 신원을 특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조사가 지연되고 있었던 것이지 나 몰라라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과 피해자 응대 과정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자체 감사를 시작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