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종부세에 건보료까지…은퇴자 허리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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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누가 올렸는데" 부글부글
종부세 납부 마감일 앞두고
"너무 올라" 집단반발 움직임
건강보험료 부담도 '눈덩이'
종부세 납부 마감일 앞두고
"너무 올라" 집단반발 움직임
건강보험료 부담도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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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격이 뛰면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매달 수십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내야 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 피부양자 자격 상실자는 52만3000명으로, 지난해(78만3000명)에 이어 2년 연속 50만 명을 넘겼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올해 전국 공시지가가 평균 8.03% 뛰면서 ‘공시가 9억원, 연소득 1000만원 미만’이라는 피부양자 요건을 벗어난 은퇴자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내년엔 올해 급등한 집값이 또 반영되는 데다 정부가 공시가격을 최대한 현실화한다는 방침이어서 종부세와 건보료 부담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한 채뿐인 집값 올랐다고
국민연금 절반을 보유세·건보료로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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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 사이에 “정부의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았다”는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보유세 납부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 건보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보험료까지 새로 내야 할 은퇴자가 급증하면서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 피부양자 탈락자는 52만3000명으로, 전체 피부양자(1951만 명)의 2.7%에 이르렀다.
보유세·건보료 二重苦에 직면
올해는 공시가격 급등이 크게 작용했다. 올해 부동산 공시지가는 전년보다 8.03% 올라 2008년(10.05%) 이후 최대폭 증가했다. 정부는 작년 7월부터 부동산 공시가격이 9억원이 넘으면서 연소득 1000만원을 초과하면 피부양자에서 제외하기로 했는데, 공시가 상승으로 이 요건에 걸리는 사람이 속출했다. 이들은 앞으로 최소 월 24만원 이상의 건보료를 내야 한다. 이종복 퇴직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피부양자 중에는 집 한 채에 소득은 연금밖에 없는 은퇴자가 많다”며 “집에서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공시가를 올린 다음 20만원 넘는 건보료를 물리면 노후 생활이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공시가격 9억원은 종부세 부과 기준이기도 하다. 올해 주택 공시가가 9억원을 초과한 은퇴자들은 종부세와 건보료 부담이 한번에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피부양자는 건보 혜택을 받지만 보험료를 한푼도 안 내기 때문에 건보 재정에 악영향을 준다.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방향은 맞다. 하지만 피부양자에서 탈락하면 지역가입자로 자동 전환되는데, 지역가입자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재산에도 보험료를 물리는 것이 문제다. 사회보험료는 소득과 같은 ‘실질적 납부 능력’을 보고 매겨야지 재산에 물리는 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세계적으로도 재산에 건보료를 물리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재산에 대한 보험료 부담을 낮추고는 있다. 하지만 지역가입자가 낸 보험료 중 재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51.1%에서 올 7월 45.5%로 낮아지는 데 그쳤다. 재산보험료 축소 속도는 느린데 피부양자 감소 속도는 빨라 부작용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 피부양자가 급증하는 점도 은퇴자의 불만을 키우는 요소다. 외국인 피부양자는 올 들어 9월까지 1만6000명 늘어 2014년 이후 최대폭 증가했다.
기존 지역가입자도 부담이 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구에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정모씨(67)는 주택 공시가격이 작년 10억6400만원에서 올해 13억2000만원으로 뛰었다. 이 탓에 보유세가 361만1400원에서 올해 518만5300원으로 157만3900원 올랐다. 지난달부터 한 달 건보료도 59만5000원에서 63만8000원으로 늘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건보료 부과 체계 2단계 개편이 시행되는 2022년 7월부터는 피부양자 요건이 더 강화돼 은퇴자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며 “소득 중심의 건보료 부과체계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재길/서민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