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 장관이 그제 한국을 방문해 강경화 장관과 회담을 가진 데 이어 어제는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돌아갔다. 2016년부터 3년째 계속되고 있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중국 외교장관의 첫 방한이었다.

이번 외교장관 회담으로 양국 간 최대 현안인 ‘사드 갈등’이 완전 해결될 수 있는가. “한·중 관계를 완전히 정상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이뤘다”는 공식 발표를 보면 상당한 기대를 갖게 된다. 날로 발전해 온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보면서 ‘북핵 해결’에 관한 중국의 역할과 자세에 적잖게 실망해온 것도 사실이지만, 중국이 한국 입장을 충분히 듣고 갔기를 바란다.

‘한·중 완전한 관계 정상화’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양국의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호혜평등과 상호주의, 대등한 균형 발전의 원칙을 지키면서 미래로 나아가는 관계정상화를 추구하느냐다. 유감스럽게도 그간 중국의 행보를 보면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번에 왕 장관의 발언과 방한 행보는 그런 의구심을 더 키우게 했다.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그는 ‘한한령(限韓令)’ 등 사드보복 문제는 언급도 않은 채 미국 비판만 잔뜩 쏟아냈다.

물론 중국 앞에 서면 유난히 작아지고 우유부단해지는 듯 하는 우리 외교에 큰 문제가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가 자국 안보를 위협한다며 트집 잡고 있지만, 한국 내 사드 배치가 왜 필요한지는 너무도 자명하다. ‘가중되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정당한 방위권 발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부는 사드에 대한 이런 원칙을 분명하게 천명하지 못한 채 이른바 ‘3불 정책’을 너무 쉽게 선언해버렸다.

왕이 장관이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방주의가 세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라며 사실상 미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도 상식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회담 전 언론 공개 세션에서 이런 메시지를 던진 형식부터 이례적이었다. 중국이 이웃 국가들에 벌여온 어쭙잖은 패권적 행태를 먼저 돌아보는 게 옳은 순서일 것이다. 중국 공군이 걸핏하면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을 휘젓고 다니며 지역 안보의 균형을 흔들어온 것부터 해명하는 게 마땅하다. 중국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공세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어긋난다며 열을 내지만, 자국 내 한국 투자기업들에 자행해 온 숱한 불공정 행위부터 반성해야 한다.

수교 27년 만에 한·중이 거둔 각 분야의 교류 성과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중국이 대한민국과 진정한 동반자로서 함께 발전해나가기를 원한다면 문화분야 ‘한한령’을 비롯한 말도 안 되는 사드 보복부터 완전 철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혹시라도 한국과 미국 간 동맹을 이간질하며 “우리 쪽으로 줄을 서라”는 것을 관계 정상화로 들이밀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제대로 짚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몇 차례나 강조해 온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특히 중국과의 외교에서 단호하게 적용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