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한' 북미갈등 고조 속 中 역할론에 기대감
이달 중 한중정상회담 가능성…'연말 시한' 목전서 돌파구 찾을 수도
文대통령-왕이 '사드 해결' 공감에 시진핑 방한 여부도 관심…美 입장 변수
왕이 "비핵화에 건설적 역할"…文대통령 '촉진자역' 조력 주목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한반도 비핵화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혀 꽉 막힌 문재인 대통령의 비핵화 '촉진자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북한이 미국에 새로운 비핵화 계산법을 제시하라고 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미 양측이 긴장의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북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의 조력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오후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왕 부장을 접견, 전쟁불용·상호안전 보장·공동번영 등 한반도 비핵화·평화 3대 원칙을 설명하고 중국의 지지를 당부했다.

이에 왕 부장은 최근 한반도 정세의 어려움에도 한반도 비핵화에 필요한 모멘텀이 유지되도록 건설적 역할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왕 부장의 언급은 비핵화 이슈를 둘러싼 북미 간 '강 대 강' 대치를 우려하는 기류가 확산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이목을 집중시킨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필요하다면 북한을 상대로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북한군 서열 2위인 박정천 총참모장은 4일 발표한 담화에서 "무력에는 무력으로 맞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지난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의 실무협상이 성과 없이 끝난 뒤 좀처럼 비핵화 대화가 진전을 보지 못하는 가운데 북미 간 가시 돋친 설전은 문 대통령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북미가 좀처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며 각자의 목소리를 낼수록 '촉진자'로서 운신할 폭이 좁아지는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든든한 후견인을 자처하는 중국이 조력자로 나선다면 '연말 시한'의 목전에서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달 말 중국에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에 한중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거론돼 이런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6월 일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회담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한중 정상이 여섯 달 만에 다시 만나 '대화와 협상' 원칙을 재확인하고 비핵화 대화 진전을 위한 '물밑 행동'에 나선다면 북미가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을 여건이 조성될 가능성도 있다.

왕 부장의 이번 방한 기간 한중 양국이 시 주석의 내년 국빈 방한에 교감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시 주석의 방한이 이뤄진다면 양국 간 최대 현안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한 해법이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양국은 2017년 10월 "모든 교류 협력을 정상 궤도로 조속히 회복한다"는 내용의 공동 발표를 통해 사드 갈등을 '봉인'하는 데 사실상 합의했다.

실제 시 주석의 방한이 성사돼 한중 정상이 사드 문제의 완전 해결 내지는 현재보다 진전된 수준의 해법을 찾는다면 의미 있는 성과가 될 수 있다.

이번 접견에서도 문 대통령과 왕 부장은 사드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일치된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드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왕 부장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우호 오찬회 기조연설에서 사드를 두고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만든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왕 부장이 전날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일방주의와 패권주의가 세계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는 최대 요인"이라며 미국을 비판한 것의 연장선에 있다.

한국에 배치된 사드를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주요 수단으로 꼽는 미국이 한중 간 논의에 개입한다면 사드 문제의 '봉인' 상태가 더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