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국 국적 인정' 반박…"특정국가가 부여한 국적을 따라야 하는 것 아냐"
北해외노동자 강제노동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아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관할권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6일 보도했다.

ICC 검찰국은 지난 5일 '2019 예비조사 활동' 보고서에서 ICC에 접수된 범죄 의혹들이 ICC 당사국 영토에서 자행되거나 당사국 국민에 자행되지 않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도 없었다며 이런 입장을 공개했다.

국제형사재판소 "北 최고지도자에 대한 관할권 없어"
2016년 북한 인권 단체인 NK워치의 안명철 대표와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의 김태훈 대표는 북한 인권 탄압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 위원장을 ICC에 제소했다.

당시 이들은 북한이 ICC 당사국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헌법 3조와 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김 위원장도 ICC 관할권에 있는 '대한민국 국적자'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며,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특수한 관계'로 정의한다.

그러나 ICC 검찰국은 국제 법원이 특정 국가가 국내법에 근거해 부여한 국적을 자동으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한 북한 주민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공식 절차를 밟아야 하며, 그전에는 한국 정부에 의해 국민으로 취급되지도 않고 국민의 권리도 지니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북한 주민이 태어날 때부터 법률상 한국 국민이라는 것은 이론상으로만 가능하며, 한국 헌법에 의한 국적 인정이 실제 국적 보유로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제형사재판소 "北 최고지도자에 대한 관할권 없어"
ICC 검찰국은 북한 주민들이 해외에서 강제 노동 등 반인도 범죄를 당하고 있다는 2017년 소장에 대해서도 그렇게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북한 출신 해외노동자들의 노동 및 생활 여건이 체류국마다 다르며, 같은 곳에서 일하는 경우에도 개인차가 있다는 이유다.

특히 심각한 인권 유린과 가혹한 노동 조건 등은 로마협약 당사국 외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북한 당국이 해외 노동자들에게 일정 부분 통제와 강압을 행하고 있으나, 몽골과 폴란드 일부 지역의 북한 노동자들이 어느 정도 자유와 자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이들이 노예 상태에 처해 있지는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ICC 검찰국은 북한 해외노동자들이 구금 시설에서 처벌을 받는다는 사례들이 보고되지만, 해당 사건들이 로마협약 당사국에서 벌어진다는 충분한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로마협약 당사국 내에서도 북한 노동자들이 감시와 이동 제한 등 일부 통제를 받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폐쇄 공간에 감금하는 것과 같은 심각한 자유의 박탈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ICC 검찰국은 북한 노동자들이 해외 파견 동안 다양한 인권 유린과 국제 노동법 위반에 노출돼 생활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런 일들이 로마협약이 정한 반인도 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로마 협약은 전쟁범죄나 집단학살 등 반인륜범죄를 재판하는 세계 최초의 상설 재판소인 ICC 출범 근거가 된 국제협약으로, 1998년 7월 채택돼 2002년 7월 발효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