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수사 놓고 엇갈린 시선…검·경은 무엇을 달리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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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비서실장 '직권남용'과 동생 '변호사법 위반' 기소의견
검찰은 증거·사실관계 부족하다며 두 사건 모두 '혐의없음' 처분
"부당한 수사지휘" vs "법리 적용 오류 보완지휘 묵살" 날 선 공방만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을 겨냥했던 경찰 수사의 배경에는 과연 김 전 시장을 낙선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을까.
이 의문을 해소하려면 먼저 김 전 시장 측근 수사 결과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필요할 것이다.
유·무죄에 대한 합의된 전제 아래 선거 개입 의도가 있었는지 따져보는 편이 손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사건을 놓고 검찰과 경찰이 180도 다른 결론을 내리면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형국이다.
한쪽에선 "선거를 도둑맞았다"고 날을 세우고, 다른 쪽에선 "원칙에 따른 수사"라고 맞서고 있다.
김 전 시장 측근을 향했던 세 갈래 수사는 무엇이고, 검·경은 각 사건에서 어떤 시각차를 드러냈는지 짚어본다.
◇ 비서실장의 '레미콘업체 선정 강요'…"직권남용" vs "수사 부실"
울산지방경찰청은 2017년 12월 말 경찰청에서 하달받은 첩보를 토대로 김 전 시장 비서실장 A씨와 관련된 수사를 본격화했다.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을 촉발한 그 사건이다.
경찰은 A씨가 2017년 울산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특정 레미콘업체 선정을 강요(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지난해 3월 16일 울산시청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날은 김 전 시장이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로 공천을 확정하는 날이어서 '기획·표적 수사'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경찰은 A씨가 친분이 있던 레미콘업체 대표의 청탁으로 아파트 시공사 소장을 불러 특정 업체 물량을 사용하라고 강요했고, 결국 해당 건설 시공사는 외압을 못 이기고 납품 업체를 바꿨다고 봤다.
이에 대해 A씨는 "지역업체 활성화를 위한 관련 조례에 따라 지역업체 물량 사용을 권장했을 뿐, 납품을 강요한 적 없다"고 반발했다.
경찰은 지난해 5월 A씨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려 했다.
그러나 검찰의 수차례에 걸친 보완 수사 지휘와 이를 거부하는 경찰의 고집이 맞서면서 약 7개월이 성과 없이 지나갔고, 경찰은 지난해 12월에야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올해 3월 "직권을 남용했거나 뇌물을 주고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A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면서 99쪽에 달하는 '불기소 이유서'에서 경찰의 수사가 전체적으로 부실투성이라고 판단했다.
이 이유서를 보면 경찰은 "구체적인 수사 대상과 방법에 대한 지휘 내용이 없는 등 적법성·정당성에 문제가 있는 부당한 수사지휘"라며 검찰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에 검찰은 "범죄 소명 근거와 증거가 부족하고, 잘못된 법리 적용에 대한 다섯 차례 보완수사 지휘도 묵살했다"며 경찰의 허술한 수사를 꼬집었다.
또 경찰이 '이 사건이 불기소되면 이는 온전히 객관적인 준법 절차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그 결론은 검사의 주관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는 의견을 달아 검찰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이를 두고 검찰은 "증거가 부족해 무죄가 선고될 것이 뻔한 사건에 대해, 불기소할 경우 검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식의 납득할 수 없는 결론"이라면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 동생의 '30억원 용약계약서'…"영향력 행사" vs "사실관계 인정 어려워"
울산경찰청은 건설업자 B씨의 고발에 따라 2017년 10월부터 김 전 시장 동생 C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B씨는 이전부터 자신이 추진하던 아파트 시행권 확보가 어렵게 되자 공무원들의 비위 의혹 등을 제기하며 잦은 고소·고발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인데,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은 부임 이후 토착비리 척결을 강조하며 C씨 사건에 초점을 맞췄다.
황 청장은 기존 수사팀의 허위보고를 문제 삼아 새 수사팀을 꾸렸고, C씨 사건을 잘 아는 경찰관 D씨를 수사관으로 앉혔다.
경찰은 C씨가 '아파트 시행권을 확보해 주면 그 대가로 30억원을 준다'는 내용의 용역계약서를 작성한 뒤, 시장 동생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사업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변호사법 위반)가 있다고 보고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삐걱댔다.
황 청장이 수사 적임자라고 영입한 D씨가 과거부터 B씨와 친밀한 관계인 사실이 드러났고, 이들은 김 전 시장 측이나 북구청장에게 협박과 청탁을 일삼은 정황도 드러났다.
이런 논란이 확산하자 울산경찰청은 D씨를 수사팀에서 제외했다.
검찰은 C씨에 대해 올해 4월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워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밝혔다.
과거 용역계약서가 작성된 것 외에 C씨가 이를 행사해 사업에 개입하려 했다고 볼 만한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도리어 B씨와 D씨는 각각 사기와 강요미수 등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데, 검찰 수사에서 이들은 약 1년간 530여 회나 통화하고 각종 수사 관련 자료를 공유하는 등 C씨 수사 이전부터 유착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다만 경찰은 이 사건 수사가 지방선거 기간까지 늘어진 데 대해 "C씨의 출석 불응과 도피로 조기에 종료될 수 있었던 사건이 선거에 근접한 시기까지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면서, "만약 김 전 시장을 낙선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그를 피고발인 신분으로도 소환했겠지만, 원칙에 따라 참고인으로 전환했고 소환하지도 않았다"고 선거 개입 의혹을 일축했다. ◇ 인척의 '편법 정치후원금 수수'…검경 의견 일치
울산경찰은 '김 전 시장 측이 국회의원 시절 편법으로 후원금을 받았다'는 진정에 따라 수사를 벌여, 김 전 시장 인척 1명을 포함해 총 6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송치했다.
이들은 2014년 지방선거 전 각각 1천500만∼2천만원가량의 후원금을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수백만원씩 나눠 김 시장 측 회계책임자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치자금법은 개인이 국회의원 1명에 연간 500만원까지만 후원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 규정을 피하고자 가족과 지인 이름을 빌려 이른바 '쪼개기' 방식으로 후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6명 모두를 불구속기소 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른바 김기현 측근 관련 세 갈래 수사 중 유일하게 검경이 이견이나 갈등 없이 처리한 사건이다.
/연합뉴스
검찰은 증거·사실관계 부족하다며 두 사건 모두 '혐의없음' 처분
"부당한 수사지휘" vs "법리 적용 오류 보완지휘 묵살" 날 선 공방만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을 겨냥했던 경찰 수사의 배경에는 과연 김 전 시장을 낙선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을까.
이 의문을 해소하려면 먼저 김 전 시장 측근 수사 결과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필요할 것이다.
유·무죄에 대한 합의된 전제 아래 선거 개입 의도가 있었는지 따져보는 편이 손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사건을 놓고 검찰과 경찰이 180도 다른 결론을 내리면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형국이다.
한쪽에선 "선거를 도둑맞았다"고 날을 세우고, 다른 쪽에선 "원칙에 따른 수사"라고 맞서고 있다.
김 전 시장 측근을 향했던 세 갈래 수사는 무엇이고, 검·경은 각 사건에서 어떤 시각차를 드러냈는지 짚어본다.
◇ 비서실장의 '레미콘업체 선정 강요'…"직권남용" vs "수사 부실"
울산지방경찰청은 2017년 12월 말 경찰청에서 하달받은 첩보를 토대로 김 전 시장 비서실장 A씨와 관련된 수사를 본격화했다.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을 촉발한 그 사건이다.
경찰은 A씨가 2017년 울산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특정 레미콘업체 선정을 강요(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지난해 3월 16일 울산시청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날은 김 전 시장이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로 공천을 확정하는 날이어서 '기획·표적 수사'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경찰은 A씨가 친분이 있던 레미콘업체 대표의 청탁으로 아파트 시공사 소장을 불러 특정 업체 물량을 사용하라고 강요했고, 결국 해당 건설 시공사는 외압을 못 이기고 납품 업체를 바꿨다고 봤다.
이에 대해 A씨는 "지역업체 활성화를 위한 관련 조례에 따라 지역업체 물량 사용을 권장했을 뿐, 납품을 강요한 적 없다"고 반발했다.
경찰은 지난해 5월 A씨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려 했다.
그러나 검찰의 수차례에 걸친 보완 수사 지휘와 이를 거부하는 경찰의 고집이 맞서면서 약 7개월이 성과 없이 지나갔고, 경찰은 지난해 12월에야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올해 3월 "직권을 남용했거나 뇌물을 주고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A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면서 99쪽에 달하는 '불기소 이유서'에서 경찰의 수사가 전체적으로 부실투성이라고 판단했다.
이 이유서를 보면 경찰은 "구체적인 수사 대상과 방법에 대한 지휘 내용이 없는 등 적법성·정당성에 문제가 있는 부당한 수사지휘"라며 검찰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에 검찰은 "범죄 소명 근거와 증거가 부족하고, 잘못된 법리 적용에 대한 다섯 차례 보완수사 지휘도 묵살했다"며 경찰의 허술한 수사를 꼬집었다.
또 경찰이 '이 사건이 불기소되면 이는 온전히 객관적인 준법 절차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그 결론은 검사의 주관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는 의견을 달아 검찰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이를 두고 검찰은 "증거가 부족해 무죄가 선고될 것이 뻔한 사건에 대해, 불기소할 경우 검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식의 납득할 수 없는 결론"이라면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 동생의 '30억원 용약계약서'…"영향력 행사" vs "사실관계 인정 어려워"
울산경찰청은 건설업자 B씨의 고발에 따라 2017년 10월부터 김 전 시장 동생 C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B씨는 이전부터 자신이 추진하던 아파트 시행권 확보가 어렵게 되자 공무원들의 비위 의혹 등을 제기하며 잦은 고소·고발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인데,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은 부임 이후 토착비리 척결을 강조하며 C씨 사건에 초점을 맞췄다.
황 청장은 기존 수사팀의 허위보고를 문제 삼아 새 수사팀을 꾸렸고, C씨 사건을 잘 아는 경찰관 D씨를 수사관으로 앉혔다.
경찰은 C씨가 '아파트 시행권을 확보해 주면 그 대가로 30억원을 준다'는 내용의 용역계약서를 작성한 뒤, 시장 동생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사업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변호사법 위반)가 있다고 보고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삐걱댔다.
황 청장이 수사 적임자라고 영입한 D씨가 과거부터 B씨와 친밀한 관계인 사실이 드러났고, 이들은 김 전 시장 측이나 북구청장에게 협박과 청탁을 일삼은 정황도 드러났다.
이런 논란이 확산하자 울산경찰청은 D씨를 수사팀에서 제외했다.
검찰은 C씨에 대해 올해 4월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워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밝혔다.
과거 용역계약서가 작성된 것 외에 C씨가 이를 행사해 사업에 개입하려 했다고 볼 만한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도리어 B씨와 D씨는 각각 사기와 강요미수 등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데, 검찰 수사에서 이들은 약 1년간 530여 회나 통화하고 각종 수사 관련 자료를 공유하는 등 C씨 수사 이전부터 유착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다만 경찰은 이 사건 수사가 지방선거 기간까지 늘어진 데 대해 "C씨의 출석 불응과 도피로 조기에 종료될 수 있었던 사건이 선거에 근접한 시기까지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면서, "만약 김 전 시장을 낙선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그를 피고발인 신분으로도 소환했겠지만, 원칙에 따라 참고인으로 전환했고 소환하지도 않았다"고 선거 개입 의혹을 일축했다. ◇ 인척의 '편법 정치후원금 수수'…검경 의견 일치
울산경찰은 '김 전 시장 측이 국회의원 시절 편법으로 후원금을 받았다'는 진정에 따라 수사를 벌여, 김 전 시장 인척 1명을 포함해 총 6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송치했다.
이들은 2014년 지방선거 전 각각 1천500만∼2천만원가량의 후원금을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수백만원씩 나눠 김 시장 측 회계책임자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치자금법은 개인이 국회의원 1명에 연간 500만원까지만 후원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 규정을 피하고자 가족과 지인 이름을 빌려 이른바 '쪼개기' 방식으로 후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6명 모두를 불구속기소 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른바 김기현 측근 관련 세 갈래 수사 중 유일하게 검경이 이견이나 갈등 없이 처리한 사건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