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도 부러워하는 행복주택?…LH 광고가 불쾌한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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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아파트, 부정적 시선 기억해야"
"부동산 분배, 한국서 민감한 문제"
"부동산 분배, 한국서 민감한 문제"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행복주택을 소개하기 위해 게재한 옥외 광고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LH는 카카오톡 대화 형식의 창을 빌어 "너는 좋겠다. 부모님이 집 얻어 주실 테니까", "나는 네가 부럽다. 부모님 힘 안 빌려도 되니까"라는 내용의 광고를 공개했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얻을 수 있는 '행복주택'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의도였다. 행복주택은 청년과 신혼부부 등 주거약자에게 주변 시세의 60∼80%의 임대료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하지만 보는 이들은 이 광고를 접하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조철성 씨(29)는 올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월급을 받아보니 이 돈을 모아 언제 집을 구하나 싶다. 왜 사람들이 부모님 도움을 받아 집을 구하려는지 알겠다"면서 "돈이 부족해 임대주택에 들어가야 하는 사람한테 부럽다는 말을 과연 누가 할 수 있겠느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직장인은 '휴거'(휴먼시아 거지)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LH가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노희라 씨(34)는 "일부 사람들은 임대 아파트 브랜드인 '휴먼시아'와 'LH'에 '거지'라는 단어를 붙여 '휴거' 또는 '엘거'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느냐"면서 "아직 우리 사회에서 임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가난한 사람'으로 본다는 시선이 존재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물론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이 잘못한 것이기는 하지만 사회 분위기를 제대로 읽지 못한 LH도 잘못이 있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LH는 해당 문구에 대해 사과하고 지난 3일 광고를 모두 철거했다.
박종민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시대의 상황과 트렌드를 반영해 광고를 제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다만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제작 의도가 잘 전달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우리 사회는 배분과 균형의 문제가 화두인 사회"라면서 "빈부 격차 문제가 고착화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워낙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지 한 번 더 확인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어 호평을 받고 있는 광고도 있다. 삼성생명의 '라떼는 말이야' 광고가 이에 해당한다. 광고에 등장하는 배우 김병철(45)은 "옆 팀 팀장이 직원에게 '저녁 뭐 시켜줄까?'라고 물었더니 '퇴근시켜 주세요'라고 답했다는 거야"라고 말한다. 삼성생명은 이어 '세상이 변했고 보험도 변했다'며 자사 상품을 홍보했다.
이 영상을 접한 사람들은 '꼰대 문화'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이수지 씨(22)는 "광고는 짧은 시간에 메시지를 전달하다 보니 더 강렬하지 않냐"면서 "저렇게 대답하면 '예의 없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아직도 있을 텐데 광고에서 이렇게 메시지를 전달해주니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 속이 시원하다"며 엄지를 척 올렸다.
직장인 김설아 씨(27)는 같은 광고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대화 내용을 언급하며 "시어머니가 냉장고 문을 열며 '밥은 먹는 거냐'고 묻는데 며느리가 당당하게 '요즘 회사 밥이 잘 나온다'라고 답하는 게 속이 시원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광고를 본 시어머니들은 며느리 집의 냉장고를 함부로 열어보기도, '밥을 잘 해먹느냐'고 물어보기도 조심스럽지 않겠느냐"며 웃어 보였다.
'꼰대 문화'에 싫증이 난 2030시대의 가치관을 반영한 이 광고는 지난 3월 공개한 뒤 2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200만 뷰를 넘어섰다. 현재는 누적 조회 수 755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광고는 상품을 홍보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면서 "삼성생명의 광고는 기성세대에게 '더 이상 꼰대짓을 하지 말라', '젊은 세대가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해도 존중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광고가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해 더 큰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LH는 카카오톡 대화 형식의 창을 빌어 "너는 좋겠다. 부모님이 집 얻어 주실 테니까", "나는 네가 부럽다. 부모님 힘 안 빌려도 되니까"라는 내용의 광고를 공개했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얻을 수 있는 '행복주택'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의도였다. 행복주택은 청년과 신혼부부 등 주거약자에게 주변 시세의 60∼80%의 임대료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하지만 보는 이들은 이 광고를 접하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조철성 씨(29)는 올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월급을 받아보니 이 돈을 모아 언제 집을 구하나 싶다. 왜 사람들이 부모님 도움을 받아 집을 구하려는지 알겠다"면서 "돈이 부족해 임대주택에 들어가야 하는 사람한테 부럽다는 말을 과연 누가 할 수 있겠느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직장인은 '휴거'(휴먼시아 거지)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LH가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노희라 씨(34)는 "일부 사람들은 임대 아파트 브랜드인 '휴먼시아'와 'LH'에 '거지'라는 단어를 붙여 '휴거' 또는 '엘거'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느냐"면서 "아직 우리 사회에서 임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가난한 사람'으로 본다는 시선이 존재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물론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이 잘못한 것이기는 하지만 사회 분위기를 제대로 읽지 못한 LH도 잘못이 있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LH는 해당 문구에 대해 사과하고 지난 3일 광고를 모두 철거했다.
박종민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시대의 상황과 트렌드를 반영해 광고를 제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다만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제작 의도가 잘 전달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우리 사회는 배분과 균형의 문제가 화두인 사회"라면서 "빈부 격차 문제가 고착화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워낙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지 한 번 더 확인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어 호평을 받고 있는 광고도 있다. 삼성생명의 '라떼는 말이야' 광고가 이에 해당한다. 광고에 등장하는 배우 김병철(45)은 "옆 팀 팀장이 직원에게 '저녁 뭐 시켜줄까?'라고 물었더니 '퇴근시켜 주세요'라고 답했다는 거야"라고 말한다. 삼성생명은 이어 '세상이 변했고 보험도 변했다'며 자사 상품을 홍보했다.
이 영상을 접한 사람들은 '꼰대 문화'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이수지 씨(22)는 "광고는 짧은 시간에 메시지를 전달하다 보니 더 강렬하지 않냐"면서 "저렇게 대답하면 '예의 없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아직도 있을 텐데 광고에서 이렇게 메시지를 전달해주니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 속이 시원하다"며 엄지를 척 올렸다.
직장인 김설아 씨(27)는 같은 광고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대화 내용을 언급하며 "시어머니가 냉장고 문을 열며 '밥은 먹는 거냐'고 묻는데 며느리가 당당하게 '요즘 회사 밥이 잘 나온다'라고 답하는 게 속이 시원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광고를 본 시어머니들은 며느리 집의 냉장고를 함부로 열어보기도, '밥을 잘 해먹느냐'고 물어보기도 조심스럽지 않겠느냐"며 웃어 보였다.
'꼰대 문화'에 싫증이 난 2030시대의 가치관을 반영한 이 광고는 지난 3월 공개한 뒤 2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200만 뷰를 넘어섰다. 현재는 누적 조회 수 755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광고는 상품을 홍보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면서 "삼성생명의 광고는 기성세대에게 '더 이상 꼰대짓을 하지 말라', '젊은 세대가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해도 존중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광고가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해 더 큰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