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도 리서치센터 변신에 나서고 있다. 방향은 ‘자동화’다. 애널리스트를 채용하는 대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도입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일각에서 글로벌 IB가 금융회사인지, 정보기술(IT) 기업인지 헷갈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권사들도 이런 변화에서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IT기업으로 변신하는 글로벌 IB
6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JP모간,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IB들은 데이터 분석을 하는 핀테크 업체 한 곳 이상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지분 투자로 대규모 수익을 실현하는 한편 그들이 개발한 시스템을 받아들여 리서치 분야를 자동화하기 위해서다.

활용도 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2013년 초기 지분 투자한 AI 기반 자료분석업체 켄쇼가 대표적이다. 켄쇼는 재무 정보 등 기업 실적뿐 아니라 경제 지표, 주가 움직임, 뉴스, 공시 등 접근 가능한 모든 정보를 활용해 투자자들의 궁금증에 답해준다. 이란 원유시설 폭발 사건이 터졌을 때를 예로 들어보자. 켄쇼는 과거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어떤 기업의 주가가 움직였고, 업종별 수익률은 어땠으며, 상대 성과가 높은 기업군은 어디였는지 등을 분석해준다. 질문을 입력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1~2분이면 충분하다. 유능한 애널리스트가 보조연구원(RA)들과 함께 며칠은 연구해야 내놓을 수 있던 자료가 거의 실시간으로 나오는 셈이다.

한국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코스콤은 로보애널리스트를 준비 중이다. 켄쇼 등을 벤치마킹해 내년 상반기 시스템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종목 추천, 환율 전망 등 기본적인 기능을 담은 시스템을 선보인 뒤 후속 투자 및 연구를 통해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신영증권, 미래에셋대우, 동부증권 등도 리서치 자동화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IT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 외에 IT 기반의 독립 리서치센터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며 “비용은 줄이면서 분석 대상 범위는 비상장사 등으로 확대해 투자자들의 편익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