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C 데이비드 강 "과거 어떤 미국 대통령도 주한미군 언급 안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에서 압박 카드로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는 것은 '전략적이지 못하고 어리석은 처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데이비드 강 정치학 교수는 지난 5일(현지시간) 한국국제교류재단(KF) LA사무소(소장 최현선) 주최로 미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KF-프렌즈 송년모임' 강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양국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외교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방위비 압박 카드로 주한미군 철수는 어리석고 비전략적"
그는 강연 후 질의응답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5배 증액 압박에 대해 "과거 어떤 미국 대통령도 방위비를 인상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시킨다는 언급을 한 바 없다"면서 "주한미군은 아시아 안보 차원에서 미국에 실질적 도움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미 안보관의 격차에 대해 "한국의 안보전략 우선도는 미국과 완전 일치하지 않고 일부만 공유되고 있다"면서 "미국은 부상하는 중국이 여러 측면에서 가장 큰 위협이 된다고 인식하지만,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보다 일본이 더 위협이 된다고 인식해왔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미국의 대북 압박에 대해 "중국이 북한에 대한 관광 제재를 이미 해제했고 신의주와 압록강 인근 중국 도시 사이에 중단됐던 교각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인 점에 비춰 (압박이) 현실적으로 더는 효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노딜'로 끝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과 관련, "스몰딜이 성사될 뻔했다"며 "로런스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연구원들의 전언으로는 영변 핵시설이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그곳에 두세 달 머물면서 안전하게 (핵시설을) 해체하기 위해 실제로 파견될 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할 정도로 일이 진전됐던 게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 결정에 대해서는 "한국이 일본과 미국에 어느 정도의 융통성을 보여주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한 것"이라며 "미국이 훨씬 더 일찍 개입해서 한일에 자제하도록 대안을 제시했어야 하고 다망면에서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양국 경제가 '탈동조화'(decoupling)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두 경제는 복합적으로 얽혀 있고 이미 많은 다른 국가의 이해관계도 있어 탈동조화는 불가능하다"면서 "과거 미소 이데올로기 대립 때와는 다르다"고 답했다.

스탠퍼드대(국제정치학)와 UC버클리(정치학)에서 수학한 강 교수는 2009년부터 USC에서 정치학 교수로 재임했고 같은 대학 한국학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