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유통 중인 당뇨병 치료제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면서 합성의약품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고혈압약, 위장약에 이어 세 번째다.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은 메트포르민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 3개 품목에서 발암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돼 회수했다. 메트포르민은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는 원료의약품 성분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현지 유통 중인 메트포르민 의약품에 NDMA가 허용된 범위 이상 함유됐는지를 조사 중이다. 식약처도 전체 합성 원료의약품을 대상으로 NDMA 등 불순물 자체 검사를 지시했다. 싱가포르에서 문제가 된 3개 제품은 국내에 수입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료의약품의 국내 유입 여부는 확인 중이다.

메트포르민은 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조절하는 데 사용하는 1차 치료제다. 당뇨병 환자의 80% 이상이 처방받는 약물로, 당뇨병 치료의 기본인 약제로 가장 널리 쓰인다. 단일제와 복합제를 포함해 국내에서 유통·생산 중인 메트포르민 제제는 380개 품목에 달한다. 오리지널 제품은 머크의 ‘글루코파지’다. 메트포르민 단일제 가운데 국내에서 많이 처방되는 제품은 대웅제약의 ‘다이아벡스’, 한올바이오파마의 ‘글루코다운오알’, 유한양행의 ‘유한메트포르민’ 등이다. 메트포르민은 고혈압 치료제인 발사르탄, 위장약 라니티딘과 달리 대체약이 없다. 국내 유통 중인 메트포르민 제제에서 NDMA가 검출될 경우 파장이 예상된다.

업계는 원료의약품 안전관리가 강화되면서 불순물 문제가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 고혈압 치료제 발사르탄에 이어 잔탁(사진) 등 위장약 성분인 라니티딘, 니자티딘에서도 NDMA가 검출되자 합성 원료의약품을 사용하는 완제의약품 제조업자 및 수입업자에게 불순물 조사를 하도록 지시했다. 제약사는 보유하고 있는 원료·완제 의약품 성분에 대해 내년 5월까지 NDMA 등 불순물 발생 가능성을 평가하고 결과를 알려야 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들어온 메트포르민에 NDMA가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