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지난달 7일부터 이달 6일까지 한국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코넥스)에서 5조66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2.90%, 6.20% 떨어졌다. 이달 5일까지 21거래일 동안 순매도를 이어가던 외국인은 6일에서야 순매수로 전환했다.

외국인은 한국 시장 전체에 대해선 매도 우위를 보였지만, 일부 종목은 눈에 띄지 않게 야금야금 사들였다. 상장사 전체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것과 달리 영업이익 개선세가 뚜렷한 종목들이란 게 공통점이다.
외국인, 실적개선株는 '애지중지' 담았다
실적·밸류에이션 개선주에 러브콜 집중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외국인 러브콜을 가장 많이 받은 종목 상위 10개는 모두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개선됐거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높아진 주식들이다. 외국인은 무섭게 팔면서도 성장성이 실적 개선으로 가시화하고 있는 종목에 대한 애정은 거두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카카오로 197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뒤이어 삼성전기(1011억원), 스튜디오드래곤(943억원), F&F(703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589억원), 엠씨넥스(559억원), LG이노텍(405억원) 등이 외국인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올해 전망치 대비 17.3% 늘어난 8030억원이다. 1개월 전(7927억원)보다 늘었다. 주요 제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업황 회복 기대 덕이다. F&F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1개월 전(1507억원)보다 10.0% 증가한 1658억원을 나타냈다. 주가가 실적 개선세를 좇아오지 못하면서 같은 기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14배에서 13배로 오히려 낮아졌다.

외국인, 카카오에 꽂혔네

카카오에 대한 외국인 사랑은 두드러졌다. 최근 한 달간 가장 많은 순매수액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카카오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올해 전망치보다 103.7% 늘어난 4016억원이다. 1개월 전(3467억원)보다 1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의 12개월 선행 PER은 48배에서 46배로 낮아졌다.

카카오가 4442만 명에 달하는 월활성이용자수를 앞세운 ‘톡비즈보드’ 사업을 통해 광고 부문 매출을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 외국인 매수세를 자극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은 광고 매출 성장세에 더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통한 신규 비즈니스까지 수익 창출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지가 내년 상반기 중 기업공개 기대를 받고 있는 만큼 주가 상승의 추가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중엔 ‘삼바·동국제약·씨젠’

바이오주 가운데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동국제약, 씨젠 등에 매수세가 몰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7일부터 589억원어치 순매수를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올해 전망치보다 575.0% 늘어난 1947억원이다. 1개월 전(1953억원)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3개월 전(1577억원)보다는 23.4% 늘어났다.

동국제약은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생산을 시작으로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에 외국인 관심을 받았다는 평가다. 동국제약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올해 전망치보다 18.6% 늘어난 735억원이다. 씨젠은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개월 전(210억원)보다 30.4% 늘어난 274억원으로 추정됐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