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부대의견을 대거 올리고 있다. 여야 의원의 지역구 민원성 의견이 다수 포함돼 ‘제2의 쪽지예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에 따르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된 12개 상임위원회 예산안 예비심사 결과 보고서에는 총 401건의 부대의견이 담겼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이를 추려내 9일 국회 본회의에 올릴 예산 수정안에 최종 반영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올해 예산안에 담긴 부대의견(52건)을 훨씬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대의견은 국회의 정부 예산 집행 방향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당해연도 예산 집행을 마친 뒤 국회 결산 과정에서 부대의견 사안에 대한 점검 작업을 한다. 국회는 점검 결과 부대의견과 관련한 예산 집행이나 계획 수립이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공식보고서를 통해 개선을 촉구한다. 이 때문에 여야 의원들이 예산안에 넣지 못한 지역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정부에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임위에서는 국토교통위가 부대의견이 87건으로 가장 많았다. 국토교통부에 각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촉구하는 내용이 두드러졌다. “대전역세권 재정비촉진사업과 관련한 공원 조성공사에 국비가 지원되도록 기획재정부와 적극 협의하라”, “흑산도 소형 공항 건설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라”, “광주~완도 고속도로 건설 2단계 사업을 정부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반영하도록 노력하라”, “신안산선 실시계획에서 성포~목감 구간에 장래역을 설치하는 내용을 반영하라” 등이다.

특정 지역 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듯한 내용도 있었다. 국토교통위는 국토부에 “평택~오송 복복선 사업 등 23개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을 추진할 때 지역업체 공동도급을 의무화하라”고 요구했다. 국책 연구기관에서 진행하는 사업 적격성 심사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부대의견도 눈에 띄었다.

다른 상임위에서도 지역구 민원성 부대의견이 줄지었다. 문화체육관광위는 문화체육관광부에 “문화도시 선정 시 청주가 금속활자 직지를 상징하는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도시임을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는 “양양 신항만과 속초항 크루즈부두 진입교량 사업을 제4차 항만기본계획에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