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하늘을 지치는
우리는 날을 마주하기도 했는데

마주한다는 것

서로의 석양을 향해
물끄러미 잠겨 가는

시집 <나를 참으면 다만 내가 되는 걸까> (민음사) 中

한파주의보가 내린 12월입니다. 기온이 점점 내려갈수록 물의 뼈가 빛납니다. 겨울에는 모든 것이 명징해집니다. 나무들은 죄다 잎을 털어버리고, 제가 가진 것이 하늘 아래 빈 몸임을 보여줍니다. 얼어붙은 호수에서 우리는 스케이트를 탑니다. 석양이 질 때까지. 스케이트 날은 얼음판과 마주칠 때마다 챙챙, 금을 긋습니다. 금 긋는 자리에 물이 고였다 번집니다. 얼음호수 위에선 물끄러미 서로의 어둠을 비춰 보기도 좋네요. 스케이트 날이 날린 저 얼음 파편들, 언제 석양 위로 올라가 초롱초롱한 눈이 되었을까요?

이소연 < 시인(2014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