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키 157㎝ '작은 거인'의 독주
강철 멘탈·정교한 샷 앞세워
까다로운 코스 맘껏 요리
‘작은 거인’ 이다연이 2020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개막전 효성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우승상금 1억4000만원) 정상에 섰다. 지난 7월 아시아나항공오픈 이후 5개월 만에 통산 5승을 수확했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05타.
그린 스피드가 3.3으로 빠르진 않았다. 하지만 시종일관 불어온 바람에 시간이 갈수록 잔디가 말라갔다. 2m 반경 안에서도 굴곡을 읽기 어려울 정도로 까다롭게 설계된 그린 구조로 인해 오버파를 치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이날 최종합계 언더파를 친 선수는 16명에 불과했다. ‘토털 골퍼’ 이다연은 혼자만 다른 코스에서 경기하듯 까다로운 코스를 맘껏 요리했다. 전반에만 보기 없이 두 타를 줄이며 추격자들을 따돌렸다. 10번홀(파4)에선 두 번째 샷을 홀 2m가량에 붙여 갤러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짧지만 어려운 내리막 슬라이스 라이여서 버디는 놓쳤지만 파를 지켰다. 10번홀은 전날 6개의 버디가 나온 게 전부일 정도로 이번 대회 내내 선수들을 괴롭혔던 홀.
11번홀(파5)에서도 세 번째 샷을 홀 2m 안팎에 붙이는 정교한 아이언 샷을 자랑했지만 타수를 줄이진 못했다. 15번홀(파4)에서 기대하던 버디가 나오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다연은 키가 157㎝지만 지난 시즌 평균 247.28야드의 드라이브 티샷을 날려 장타 부문 11위를 차지했다. 그린 적중률도 9위(76.05)다.
지난 시즌 메이저 대회 기아차 한국여자오픈과 아시아나항공오픈 등 2승을 올린 멀티 챔프다. 이다연은 “내 플레이만 잘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전지훈련을 잘 보내고 와서 2020시즌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고덕호 해설위원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멘탈이 강점이다. 세계 무대에서도 활약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빠른 그린에 힘 못 쓴 추격자들
‘악마의 그린’은 여러 희생자를 낳았다. 올해 스타덤에 오른 ‘밀레니얼 루키’들도 마찬가지. 1타 차 2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임희정(19)은 퍼팅 난조로 13번홀(파4)까지 네 타를 잃으며 우승 경쟁에서 멀어져갔다. 이틀 내내 이다연을 압박하던 예리함이 이날엔 무뎌져 최종합계 5언더파 단독 7위로 내려갔다. 이번 시즌 루키 기대주 유해란(18)도 10번홀까지 두 타를 잃은 뒤 11번홀(파5)에서야 첫 버디가 나왔지만 13번홀에서 다시 보기를 범했다. 18번홀 더블보기까지 내주면서 1언더파 공동 11위로 새 시즌을 시작했다.
추격다운 추격을 한 선수는 이소미(20)와 최은우 정도다. 4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이소미는 버디를 7개 잡는 동안 보기는 4개로 막으면서 8언더파 단독 2위로 올라섰다. 최은우는 14번홀(파3)까지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엮어 두 타를 줄이며 이다연을 2타 차로 맹추격했다. 그러나 15번홀과 17번홀(파3)에서 보기를 내주며 7언더파 단독 3위로 대회를 마쳤다. 2015년 KLPGA 정규투어에 데뷔한 그는 아직 우승과 연이 닿지 않고 있다. 지난 시즌엔 하이트진로챔피언십 6위가 최고 성적이다.
이날 이글 두 방을 내세워 데일리 베스트인 6언더파를 몰아친 한진선(22)이 이소영(22), 이정민(27)과 나란히 공동 4위(6언더파)에 올랐다. 지난 시즌 ‘대세 골퍼’ 최혜진(20)은 2언더파 공동 8위를 차지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