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술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김남영 IT과학부 기자 nykim@hankyung.com
싱가포르는 대국민 행정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해 일찌감치 클라우드를 도입한 나라다. 최근 들어 모먼츠 오브 라이프와 같은 눈에 띄는 성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공무원들의 업무 처리 속도도 빨라졌다. 기존에 6개월이 걸렸던 장기 프로젝트를 7일 만에 처리하기도 했다.
테레사 칼슨 AWS 공공부문 부사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열린 ‘AWS(아마존웹서비스) 리인벤트 2019’에서 “공공 영역도 민간과 같이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국 정부가 클라우드를 통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했다.
정부가 클라우드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한 사례는 싱가포르 외에도 수두룩하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시도 성공 사례로 자주 꼽힌다. LA시 정부는 ‘셰이크 얼러트 엘에이(Shake alert LA)’라는 모바일 앱을 통해 ‘지진 예보’를 하고 있다. 지진이 발생하기 45초 전에 경보를 내보내 시민들이 대피할 수 있게 해준다. 어느 대피소로 이동해야 할지도 앱을 통해 알려준다.
리인벤트에서 소개된 공공 영역의 혁신 사례들을 살펴보다가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복지 정책 슬로건 ‘내 삶을 바꾸는 혁신적 포용국가’가 떠올랐다. 혁신 경쟁력과 복지 제도를 동시에 갖추겠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다.
한국에서 이 슬로건은 이질적 단어의 접합처럼 보인다. 새로운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기는커녕 규제를 만들어 민간에서도 신기술을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모먼츠 오브 라이프’나 ‘셰이크 얼러트 엘에이’처럼 피부에 와 닿는 정부 서비스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정부가 강조하는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클라우드를 비롯한 혁신 기술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 한국은 클라우드의 불모지다. 직원 250인 이상 국내 기업의 클라우드 도입률은 33.6%에 불과하다. 정부도 민간 클라우드는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 제한된 경우를 제외하고 정부와 공공기관 등에 클라우드를 허용하는 등 관련 법과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 해외 기업의 국내 시장 장악이 걱정되면 원칙적으로 국내 기업의 클라우드를 도입하게 하면 된다. 혁신을 이식해 효율적인 복지를 해내는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정부가 하루빨리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