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섭·강민정·김대연 등 18명
31일까지 한경갤러리서 작품전
‘미래의 화가, 행복한 그림’이란 제목이 붙은 이번 전시에는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위해 고독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이 공들여 제작한 3~10호 소품 100점을 내걸었다. 작다고 허투루 그린 그림이 아니다. 저마다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들이 전시에 맞춰 보내온 ‘물감이 채 마르지 않은 작품’이다. 미술 경기 불황을 반영해 점당 판매가격을 시중보다 최고 30% 낮은 균일가 100만원으로 책정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가족, 친구, 연인에게 ‘문화’를 선물할 기회다.
참신·진지·발랄한 아이디어 눈길
작가들은 이번 기획전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소품들에 대작 못지않은 열성을 쏟았다. 참신·진지·발랄·자연 등 다양한 주제와 아이디어로 한국 구상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엿볼 수 있다. 2007년 대한민국 수채화 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대섭 씨는 나무판에 자두를 사진처럼 묘사해 허와 실의 세계를 은유한 근작 ‘물아(物我)’ 시리즈 세 점을 걸었다. 환영(幻影)을 수단 삼아 실재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마치 수도승처럼 그림에 매달리는 모기홍 씨는 수천, 수만 개의 색점을 이용해 초록으로 물든 산세를 묘사한 신작을 내놨다. 모씨는 “소품도 대작과 같은 효과가 나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손길이 많이 간다”며 “색점으로 산의 양감을 만들어낸 뒤 종이비행기를 살짝 얹어 자유롭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을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미대를 졸업한 이승현 씨는 시골집 풍경을 극적으로 포착한 작품을 내걸었다. 대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게 아니라 날씨와 시간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순간의 풍경에 집중했다. 올해 초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임정요인 기록화를 제작해 주목을 받은 예진우 씨는 여성 누드 작품을 들고나왔다. 숄을 두르고 서 있는 연인의 옆 모습을 진한 황토색 배경에 그려 고품격 에로티시즘을 녹여냈다.
소나무·포도·모란 등 소재도 다양
일부 작가들은 일상의 흔한 소재를 끌어들여 색다른 미감을 뽑아냈다. 올해 제31회 고금미술연구선정작가에 선정된 김재현 씨는 시시각각 변하는 숲속의 나무를 현미경처럼 정교하게 잡아낸 작품을 출품했다. 자연이 연출한 감동을 재현하기 위해 원근법이나 투시기법 등을 최대한 자제하거나 의도적으로 깼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온갖 악조건을 딛고 산 정상에 자라난 소나무를 그린 김성진, 시든 꽃과 낙엽 등의 이미지를 다룬 김철윤, 하얀 장미를 세세하게 그린 김바름, 커피잔에 담긴 빨간 장미를 극사실적으로 살려낸 김수미, 모란의 녹색 잎사귀와 붉은 꽃을 변주한 박정민, 받침대 위에 오려진 복숭아를 차지게 잡아낸 최민규, 포도송이의 환영을 살려낸 김대연 씨 등도 혁신적 시도에 독창성까지 가미한 다채로운 작품을 들고나왔다.
이원희 전 학장은 “한경갤러리의 이번 전시회는 유능한 구상 작가들의 기량을 보여주면서 미술문화의 대중화를 북돋는 마당이 될 것”이라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적 메시지를 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