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확인한 '한국어 열풍'…한국어학과 학생 2년만에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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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덕에 중·고교생까지 확산…호찌민 한국어시험 응시생 배로 늘어
한국어 배우면 취업 걱정 없어…"지원확대 필요" 베트남 남부 경제중심지인 호찌민에서 체감한 '한국어 배우기 열풍'은 현지 기온만큼 뜨거웠다.
지난 7일(현지시간) 호찌민시기술대학에서 열린 '베트남 대학생 한국어 말하기대회' 행사 전후로 만난 현지 관계자들은 "한국어 열풍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9일 교육부 부설 호찌민시한국어교육원에 따르면 호찌민 12개 대학 한국어학과 학생은 현재 5천920명으로 재작년 4천724명보다 25% 증가했다.
호찌민 지역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생은 올해 1만5천754명으로 작년(1만2천478명)보다는 26% 늘었고 재작년(8천495명)에 견줘서는 거의 2배가 됐다.
특히 한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이자, 베트남 정부가 의욕적으로 첨단산업단지 조성에 나서면서 한국기업 투자가 증가한 다낭은 TOPIK 응시생이 올해 10월 1천95명으로 4월(507명)과 비교해 반년 만에 배로 뛰었다.
베트남 전체 TOPIK 응시생은 작년 2만3천939명으로 2015년(1만3천160명)보다 1만명 이상 늘었다.
'한국어 열풍'은 한류를 타고 중·고등학생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베트남 한국어 채택 시범학교 12곳 가운데 한 곳인 트득고등학교는 선택과목으로 한국어 수업을 듣는 학생이 415명으로 전교생의 약 19%나 됐다.
이 학교 한국어 수업 수강생은 2017년 220명, 2018년 285명 등으로 매년 크게 늘었다.
베트남 한국어 학습자는 K팝 등 한국 대중문화 때문에 한국어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뒤 취업을 위해 학습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트득고 학생 홍 응옥(16)양은 "한국 아이돌그룹 노래 가사의 뜻이 궁금해 한국어를 배운다"고 말했다.
응옥양은 한국어를 배운지 얼마 안 돼 짧은 문장을 말할 때도 몇 차례나 멈칫했지만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그룹인 워너원의 노래 '에너제틱'은 한 차례 막힘없이 유창하게 불렀다.
유튜브도 베트남 청소년 사이 한국어 확산에 한몫하고 있었다.
홍양의 친구 마이 쩜양은 유튜버 '체리혜리'를 한국어 '과외선생님'으로 꼽았다.
체리혜리는 한국어와 베트남어를 섞어 사용하며 양국의 문화를 비교하는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베트남 대학생에게 왜 한국어를 배우는지 묻는 것은 취업을 준비하는 한국 대학생에게 영어를 공부하는 이유를 물어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한국기업에 일자리를 얻으면 베트남 대졸자 평균임금의 2.5배가 넘는 월 70만~80만원의 '고임금'을 받는다.
이 때문에 대학생은 한국기업 취업을 목표로 한국어를 배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현지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호찌민국립대 소속 호찌민시 인문사회과학대 한국학과의 응우얜 티 푸옹 마이 학과장은 "한국어를 전공하고 한국에 어학연수를 다녀온 학생은 취업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3학년 때 취직돼 일하느라 졸업을 미룬 학생도 많다"고 전했다.
높은 취업률 덕에 한국학과는 명문으로 꼽히는 인문사회과학대 내에서도 인기학과다.
30점 만점인 입학시험에서 다른 과보다 5점 정도는 더 받아야 합격권에 든다고 학교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베트남 한국어 교육 관계자들은 한국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이 들어오니 노를 저어야 하는데 노가 하나밖에 없는 정도의 상황이어서 한국어 확산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한국어 강의 인력 확보다.
호찌민시 인문사회과학대 한국학과는 학생이 약 720명인데 현재 일하는 강사는 23명으로 강사 1명이 학생 30여명을 담당하는 셈이어서 인문사회과학대 자체 기준(교원 1명당 학생 20명)을 웃돌았다.
강사 대부분이 박사급이 아닌 석사급인 점도 개선할 부분이다.
더욱이 인문사회과학대 한국학과는 내년 베트남 최초로 대학원에도 '한국학' 전공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 대학원이 자리 잡으려면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의 정치·문화·사회 전반에 능통한 교수급 강사 인력이 필요하다.
한국어 학습 콘텐츠가 충분치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가 외국인의 한국어 학습을 돕고자 만든 재외교육기관포털 등은 아직 인지도가 낮다.
트득고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국립국제교육원 파견 교사 허선 씨는 "베트남에서 한국어는 아직 원하는 사람만 선택해서 공부하면 되는 외국어"라면서 "어린 학생들은 재미가 없으면 바로 다른 언어를 택하기 때문에 한국어를 꾸준히 교육하려면 흥미로운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면과제는 한국어를 베트남 중고생이 제1외국어로 선택할 수 있는 정식교과에 진입시키는 일이다.
현재 한국어는 '중등학교 제2외국어 시범교과'이다.
베트남 중고생은 정부 정책에 따라 영어·일본어·중국어·프랑스어·러시아어 등 5개 제1외국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반드시 배워야 한다.
이들 제1외국어는 초등학교(1~5학년)에서부터 교육이 이뤄진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베트남에서 일본어 확산정책을 펼쳐 2016년 일본어를 제1외국어 정식교과에 넣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국어 시범교과 운영이 끝나면 정식교과로 채택되도록 베트남 당국과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한국어 배우면 취업 걱정 없어…"지원확대 필요" 베트남 남부 경제중심지인 호찌민에서 체감한 '한국어 배우기 열풍'은 현지 기온만큼 뜨거웠다.
지난 7일(현지시간) 호찌민시기술대학에서 열린 '베트남 대학생 한국어 말하기대회' 행사 전후로 만난 현지 관계자들은 "한국어 열풍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9일 교육부 부설 호찌민시한국어교육원에 따르면 호찌민 12개 대학 한국어학과 학생은 현재 5천920명으로 재작년 4천724명보다 25% 증가했다.
호찌민 지역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생은 올해 1만5천754명으로 작년(1만2천478명)보다는 26% 늘었고 재작년(8천495명)에 견줘서는 거의 2배가 됐다.
특히 한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이자, 베트남 정부가 의욕적으로 첨단산업단지 조성에 나서면서 한국기업 투자가 증가한 다낭은 TOPIK 응시생이 올해 10월 1천95명으로 4월(507명)과 비교해 반년 만에 배로 뛰었다.
베트남 전체 TOPIK 응시생은 작년 2만3천939명으로 2015년(1만3천160명)보다 1만명 이상 늘었다.
'한국어 열풍'은 한류를 타고 중·고등학생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베트남 한국어 채택 시범학교 12곳 가운데 한 곳인 트득고등학교는 선택과목으로 한국어 수업을 듣는 학생이 415명으로 전교생의 약 19%나 됐다.
이 학교 한국어 수업 수강생은 2017년 220명, 2018년 285명 등으로 매년 크게 늘었다.
베트남 한국어 학습자는 K팝 등 한국 대중문화 때문에 한국어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뒤 취업을 위해 학습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트득고 학생 홍 응옥(16)양은 "한국 아이돌그룹 노래 가사의 뜻이 궁금해 한국어를 배운다"고 말했다.
응옥양은 한국어를 배운지 얼마 안 돼 짧은 문장을 말할 때도 몇 차례나 멈칫했지만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그룹인 워너원의 노래 '에너제틱'은 한 차례 막힘없이 유창하게 불렀다.
유튜브도 베트남 청소년 사이 한국어 확산에 한몫하고 있었다.
홍양의 친구 마이 쩜양은 유튜버 '체리혜리'를 한국어 '과외선생님'으로 꼽았다.
체리혜리는 한국어와 베트남어를 섞어 사용하며 양국의 문화를 비교하는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베트남 대학생에게 왜 한국어를 배우는지 묻는 것은 취업을 준비하는 한국 대학생에게 영어를 공부하는 이유를 물어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한국기업에 일자리를 얻으면 베트남 대졸자 평균임금의 2.5배가 넘는 월 70만~80만원의 '고임금'을 받는다.
이 때문에 대학생은 한국기업 취업을 목표로 한국어를 배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현지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호찌민국립대 소속 호찌민시 인문사회과학대 한국학과의 응우얜 티 푸옹 마이 학과장은 "한국어를 전공하고 한국에 어학연수를 다녀온 학생은 취업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3학년 때 취직돼 일하느라 졸업을 미룬 학생도 많다"고 전했다.
높은 취업률 덕에 한국학과는 명문으로 꼽히는 인문사회과학대 내에서도 인기학과다.
30점 만점인 입학시험에서 다른 과보다 5점 정도는 더 받아야 합격권에 든다고 학교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베트남 한국어 교육 관계자들은 한국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이 들어오니 노를 저어야 하는데 노가 하나밖에 없는 정도의 상황이어서 한국어 확산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한국어 강의 인력 확보다.
호찌민시 인문사회과학대 한국학과는 학생이 약 720명인데 현재 일하는 강사는 23명으로 강사 1명이 학생 30여명을 담당하는 셈이어서 인문사회과학대 자체 기준(교원 1명당 학생 20명)을 웃돌았다.
강사 대부분이 박사급이 아닌 석사급인 점도 개선할 부분이다.
더욱이 인문사회과학대 한국학과는 내년 베트남 최초로 대학원에도 '한국학' 전공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 대학원이 자리 잡으려면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의 정치·문화·사회 전반에 능통한 교수급 강사 인력이 필요하다.
한국어 학습 콘텐츠가 충분치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가 외국인의 한국어 학습을 돕고자 만든 재외교육기관포털 등은 아직 인지도가 낮다.
트득고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국립국제교육원 파견 교사 허선 씨는 "베트남에서 한국어는 아직 원하는 사람만 선택해서 공부하면 되는 외국어"라면서 "어린 학생들은 재미가 없으면 바로 다른 언어를 택하기 때문에 한국어를 꾸준히 교육하려면 흥미로운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면과제는 한국어를 베트남 중고생이 제1외국어로 선택할 수 있는 정식교과에 진입시키는 일이다.
현재 한국어는 '중등학교 제2외국어 시범교과'이다.
베트남 중고생은 정부 정책에 따라 영어·일본어·중국어·프랑스어·러시아어 등 5개 제1외국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반드시 배워야 한다.
이들 제1외국어는 초등학교(1~5학년)에서부터 교육이 이뤄진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베트남에서 일본어 확산정책을 펼쳐 2016년 일본어를 제1외국어 정식교과에 넣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국어 시범교과 운영이 끝나면 정식교과로 채택되도록 베트남 당국과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