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콘텐츠 수요 탄탄…제작·수출로 승부"
“시각특수효과(VFX)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식재산권(IP)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 국내에 공급할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수출하는 스튜디오가 되고 싶습니다.”

국내 대표적 VFX 전문기업인 위지윅스튜디오의 박관우 대표(사진)는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 기업에 투자하는 데 힘썼다”며 이렇게 말했다. 위지윅스튜디오는 올 들어 3분기까지 매출 259억원과 영업이익 5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73%, 영업이익은 27% 증가했다. 박 대표는 “영업이익 증가세가 매출 증가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진 이유는 콘텐츠 제작사에 대한 투자를 확 늘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위지윅스튜디오는 지난해 12월 코스닥에 상장한 이후 영화를 비롯해 드라마, 웹툰, 광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각종 콘텐츠 제작사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행보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성균관 스캔들’ ‘엽기적인 그녀’ 등을 만든 드라마 제작사 레몽레인 지분 28%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맨투맨’ ‘엽기적인 그녀’의 VFX와 편집, 색보정 등 후반 작업을 한 인스터 지분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또 네이버 인기 웹툰 ‘부활남’ ‘테러맨’ 등으로 유명한 제작사 와이랩과 예능 ‘위대한 선택’ 등을 만든 이미지나인컴즈에도 투자해 지분을 획득했다. 북미 OTT 채널인 온디멘드코리아 ODK에도 3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6월에는 광고대행사 이노션 출신 원혜진 대표와 함께 광고대행사 밴드&링크를 공동 설립했다. 밴드&링크는 현대자동차 등을 고객사로 갖고 있다.

박 대표는 “투자한 회사의 프로듀서들이 콘텐츠를 제작하면 위지윅스튜디오가 유통을 맡아 시너지를 내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VFX 전문기업이 이처럼 다양한 콘텐츠 제작사에 투자하는 이유는 뭘까. 박 대표는 “국내외 OTT업체들의 콘텐츠 수요가 늘고 있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하청 물량에 대한 VFX 작업만으로는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위지윅스튜디오는 본업인 VFX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의 VFX 공식협력사로 지정돼 할리우드 영화의 스크린X(3면 스크린 구현 기술) 물량을 가장 많이 작업하는 국내 업체가 됐다. 올해 국내 개봉한 영화 ‘말레피센트2’ ‘포드 V 페라리’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등의 스크린X 작업을 했다. 지난달 8일 미국에서 개봉한 니컬러스 케이지 주연의 영화 ‘프라이멀’의 VFX부문에도 참여했다. 극중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인 흰색 재규어와 원숭이 가족 등 동물 크리처 제작을 담당했다.

박 대표는 “스크린X를 포함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실감 콘텐츠와 게임 등 뉴미디어 사업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매출 비중이 지난해에는 VFX 66%, 뉴미디어 34%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VFX 42%, 뉴미디어 58%로 역전됐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주요 통신업체들과 VR과 AR 콘텐츠를 공동 제작하고 있다”며 “각종 공연 콘텐츠를 영상화해 극장에서 상영하는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지윅스튜디오는 ‘태권브이 VR게임’ ‘한산대첩 AR게임’ 등을 제작해 한국과 중국 테마파크에 납품했다. 러시아 뮤지컬 ‘안나카레리나’와 ‘몬테크리스토’ 공연 실황을 현지에서 촬영해 영상화한 작품을 메가박스 등 국내 개봉관에서 상영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올해는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는 기반을 다졌다면 내년에는 각 분야에서 실적을 높이는 데 힘쓸 것”이라며 “각종 콘텐츠를 제작해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