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계열사 임원 인사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파생결합증권(DLS) 손실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후속 조치로 모든 일정이 안갯속에 빠졌기 때문이다. 내년 3월 손태승 그룹 회장의 임기 만료 시점까지 맞물리면서 계열사 사장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우리금융, 계열사 임원 인사 앞두고 고심 거듭
DLS 여파로 미뤄지는 은행 인사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이번주 우리은행 본부장급 인사를 시작으로 주요 계열사 임원 인사를 잇따라 단행한다. 본부장 인사는 당초 이달 초로 예정됐다가 미뤄졌다. 지난주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대한 DLS 관련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분조위 이후 후속 조치를 담당할 부서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본부장급 인력 이동 시점을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로 예정됐던 우리은행 부문장·부행장급 인사는 이달 중순에 이뤄진다. 손 회장은 이 같은 계획을 지난달 말 임원들에게 직접 밝혔다. 11월에 임기가 만료된 임원들에 대해서는 임기를 한시적으로 3개월 연장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당초 마무리됐어야 하는 인사 일정이 DLS 사태 후속 조치의 여파로 잇따라 연기됐다”며 “조직 내부가 인사 향방에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손 회장은 일반 직원 인사를 포함한 모든 인사를 연내에 마무리 짓고 조직을 안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 계열사 임원 인사 앞두고 고심 거듭
계열사 사장 인사에 ‘촉각’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우리금융 계열사 사장단 인사다. 이달 말 정원재 우리카드 대표와 조운행 우리종금 대표의 임기가 만료된다. 내년 3월에는 박형민 우리펀드서비스 대표 등의 임기가 각각 끝난다. 우리은행 최고정보책임자를 겸직하고 있는 이동연 우리에프아이에스 대표의 인사 결과에 따라 이 회사 사장 자리가 빌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금융 계열사의 한 임원은 “올해는 임기가 남아있는 임원들도 인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며 “사실상 모든 사장들이 인사 후보군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장단 인사에 평년보다 더 관심이 쏠리는 것은 최대 계열사인 우리은행장 자리를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이다. 손 회장의 연임 여부와 연임 시 행장을 겸직할지 여부가 당국의 조치 이후 결정된다. 금융당국은 DLS 사태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이달 말에서 내년 1월께 열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최종 제재안이 결정된 후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제재심 결과에 따라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손 회장이 제재를 피하고 연임하더라도 회장과 행장직을 분리하고 행장을 따로 선임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손 회장의 우리은행장 임기는 내년 말이지만 두 자리를 분리하면 곧바로 행장후보추천위원회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계열사 사장 및 임직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게 금융권 얘기다. 우리금융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평소 같으면 일찌감치 계열사 사장 자리를 내려놓고 행장 후보 자리를 위해 뛰었겠지만 올해는 모호한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의 절차가 빨리 마무리돼야 그룹 인사 진행이 탄력을 받고 조직도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김대훈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