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망했는데 아웃백은 왜 홀로 잘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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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레스토랑 35년 흥망성쇠
스테이크 본질에 집중
삼성식 공급망 관리
신메뉴 개발팀 강화
스테이크 본질에 집중
삼성식 공급망 관리
신메뉴 개발팀 강화
코코스, 스카이락, TGIF, 씨즐러, 마르쉐, 토니로마스, 베니건스, 빕스.
1990년대와 2000년대 패밀리 레스토랑 황금기를 이끌던 브랜드다. 20년 넘게 외식산업을 주도했던 이들은 파인다이닝과 전국 맛집에 밀려 잊혀져 가고 있다. 이런 패밀리 레스토랑의 쇠락에도 1997년 서울 등촌동에서 시작한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살아남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아웃백은 프리미엄 스테이크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3년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했다. 영업이익도 3년간 3배 이상 늘었다. 80개 점포의 올해 매출은 약 25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1990년대 외식산업 꽃피운 ‘팸·레’
패밀리 레스토랑은 중산층과 함께 성장했다. 1985년 투모로우타이거 1호점을 시작으로 수십 개 브랜드가 경쟁했다. 동양, 미도파, CJ 등 대기업들도 앞다퉈 사업에 뛰어들었다. 넓은 주차장과 대형 매장을 내세운 패밀리 레스토랑은 1990년대 꽃을 피웠다. 가족의 파티 장소이자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가 됐다. 집마다 차가 한 대씩 생기던 때였다. 경양식 식당과 중식당, 가든형 고깃집 등이 전부였던 한국의 외식 문화에 패밀리 레스토랑은 외식과 놀이문화를 접목한 혁신이었다.
‘베니건스의 치즈 가득한 몬테크리스토’, ‘빕스 샐러드바의 훈제 연어’, ‘아웃백의 부시맨 브레드와 투움바 파스타’ 등 브랜드별 시그니처 메뉴도 이때 등장했다.
외환위기로 1990년대 후반 한때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2000년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각 통신사의 제휴 할인 경쟁으로 대학생들의 파티 장소, 직장인들의 회식 장소로 변신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고급 레스토랑과 한식뷔페, 시푸드 뷔페 등이 늘고 1~2인 가구가 증가하며 패밀리 레스토랑의 인기는 시들었다. 2013년부터 코코스 칠리스 마르쉐 씨즐러 베니건스 토니로마스 등이 철수했다.
“망했다” 할 때 사들인 아웃백
아웃백은 2000년대 초반 빕스·TGIF·베니건스 등과 4강 체제를 이룬 브랜드다. 하지만 2016년 베니건스가 철수하고, 빕스 TGIF 아웃백 모두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아웃백 모기업인 미국 블루밍브랜즈인터내셔널이 “한국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은 끝났다”며 한국법인을 내놨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끄는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이때 아웃백을 인수했다.
새로운 경영진은 스테이크 하우스라는 본질에 집중하며 이미지를 바꿔 갔다. 냉동 과정을 없애고 모든 고기를 냉장 유통했다. ‘냉장 스테이크는 쉽게 상해 재고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반발도 있었다.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진 회장은 ‘삼성식 공급망 관리’를 도입했다. 20년간의 매출 데이터와 날씨, 이벤트 등을 분석해 지역과 점포별로 당일 판매량을 정확히 예측하는 재고 관리 시스템을 마련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시스템이다.
메뉴개발팀도 강화했다. 아웃백에는 지금도 스테이크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자체 교육과정이 있다. 80개 매장에서 200여 명의 스테이크 전문 셰프가 일하기 때문에 외식업계에서 아웃백은 ‘스테이크 전문가 사관학교’라고 불린다. 이들과 메뉴개발팀이 함께 내놓은 ‘블랙라벨 스테이크 셰프 에디션’은 5년간 400만 개가 팔렸다. 2~3명이 같이 즐기는 대형 사이즈 스테이크는 ‘가성비’ 트렌드를 타고 큰 인기를 끌었다. ‘아웃백 토마호크 스테이크’는 인스타그램 인증샷을 찍는 세대들에게 화제가 됐다.
맛·가성비 다 잡은 ‘빅데이터 혁신’
‘스테이크 맛집’으로 소문이 나자 매출의 30% 정도였던 스테이크 비중은 55%까지 올랐다. 고급 스테이크를 3만원대에 먹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20~30대가 다시 몰리기 시작했다. 아웃백 관계자는 “과거에는 사이드 메뉴나 파스타 등을 찾던 손님들이 이제는 토마호크, 블랙 라벨 등의 스테이크 메뉴를 주문한다”고 말했다.
아웃백은 매장 디자인도 재정비했다. 3년간 350억원 이상을 매장 리모델링에 투입했다. 전체 매장의 60%가 새단장을 마쳤다. 호주의 대자연을 연상시키는 다소 투박한 인테리어에서 벗어나 주방이 훤히 보이는 오픈키친과 파티룸, ‘혼밥족’을 위한 창가석 등을 마련했다. 지난해 새로 문 연 아웃백 합정점은 홍익대 학생들과 협업해 아트 컬래버레이션 작품을 벽면에 전시했고, 젊은 층이 많은 부평점은 웹툰 작가 조경규 씨가 매장 디자인에 참여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1990년대와 2000년대 패밀리 레스토랑 황금기를 이끌던 브랜드다. 20년 넘게 외식산업을 주도했던 이들은 파인다이닝과 전국 맛집에 밀려 잊혀져 가고 있다. 이런 패밀리 레스토랑의 쇠락에도 1997년 서울 등촌동에서 시작한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살아남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아웃백은 프리미엄 스테이크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3년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했다. 영업이익도 3년간 3배 이상 늘었다. 80개 점포의 올해 매출은 약 25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1990년대 외식산업 꽃피운 ‘팸·레’
패밀리 레스토랑은 중산층과 함께 성장했다. 1985년 투모로우타이거 1호점을 시작으로 수십 개 브랜드가 경쟁했다. 동양, 미도파, CJ 등 대기업들도 앞다퉈 사업에 뛰어들었다. 넓은 주차장과 대형 매장을 내세운 패밀리 레스토랑은 1990년대 꽃을 피웠다. 가족의 파티 장소이자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가 됐다. 집마다 차가 한 대씩 생기던 때였다. 경양식 식당과 중식당, 가든형 고깃집 등이 전부였던 한국의 외식 문화에 패밀리 레스토랑은 외식과 놀이문화를 접목한 혁신이었다.
‘베니건스의 치즈 가득한 몬테크리스토’, ‘빕스 샐러드바의 훈제 연어’, ‘아웃백의 부시맨 브레드와 투움바 파스타’ 등 브랜드별 시그니처 메뉴도 이때 등장했다.
외환위기로 1990년대 후반 한때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2000년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각 통신사의 제휴 할인 경쟁으로 대학생들의 파티 장소, 직장인들의 회식 장소로 변신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고급 레스토랑과 한식뷔페, 시푸드 뷔페 등이 늘고 1~2인 가구가 증가하며 패밀리 레스토랑의 인기는 시들었다. 2013년부터 코코스 칠리스 마르쉐 씨즐러 베니건스 토니로마스 등이 철수했다.
“망했다” 할 때 사들인 아웃백
아웃백은 2000년대 초반 빕스·TGIF·베니건스 등과 4강 체제를 이룬 브랜드다. 하지만 2016년 베니건스가 철수하고, 빕스 TGIF 아웃백 모두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아웃백 모기업인 미국 블루밍브랜즈인터내셔널이 “한국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은 끝났다”며 한국법인을 내놨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끄는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이때 아웃백을 인수했다.
새로운 경영진은 스테이크 하우스라는 본질에 집중하며 이미지를 바꿔 갔다. 냉동 과정을 없애고 모든 고기를 냉장 유통했다. ‘냉장 스테이크는 쉽게 상해 재고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반발도 있었다.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진 회장은 ‘삼성식 공급망 관리’를 도입했다. 20년간의 매출 데이터와 날씨, 이벤트 등을 분석해 지역과 점포별로 당일 판매량을 정확히 예측하는 재고 관리 시스템을 마련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시스템이다.
메뉴개발팀도 강화했다. 아웃백에는 지금도 스테이크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자체 교육과정이 있다. 80개 매장에서 200여 명의 스테이크 전문 셰프가 일하기 때문에 외식업계에서 아웃백은 ‘스테이크 전문가 사관학교’라고 불린다. 이들과 메뉴개발팀이 함께 내놓은 ‘블랙라벨 스테이크 셰프 에디션’은 5년간 400만 개가 팔렸다. 2~3명이 같이 즐기는 대형 사이즈 스테이크는 ‘가성비’ 트렌드를 타고 큰 인기를 끌었다. ‘아웃백 토마호크 스테이크’는 인스타그램 인증샷을 찍는 세대들에게 화제가 됐다.
맛·가성비 다 잡은 ‘빅데이터 혁신’
‘스테이크 맛집’으로 소문이 나자 매출의 30% 정도였던 스테이크 비중은 55%까지 올랐다. 고급 스테이크를 3만원대에 먹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20~30대가 다시 몰리기 시작했다. 아웃백 관계자는 “과거에는 사이드 메뉴나 파스타 등을 찾던 손님들이 이제는 토마호크, 블랙 라벨 등의 스테이크 메뉴를 주문한다”고 말했다.
아웃백은 매장 디자인도 재정비했다. 3년간 350억원 이상을 매장 리모델링에 투입했다. 전체 매장의 60%가 새단장을 마쳤다. 호주의 대자연을 연상시키는 다소 투박한 인테리어에서 벗어나 주방이 훤히 보이는 오픈키친과 파티룸, ‘혼밥족’을 위한 창가석 등을 마련했다. 지난해 새로 문 연 아웃백 합정점은 홍익대 학생들과 협업해 아트 컬래버레이션 작품을 벽면에 전시했고, 젊은 층이 많은 부평점은 웹툰 작가 조경규 씨가 매장 디자인에 참여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