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윌리엄 터너 '눈보라'
예술가들은 날씨를 대하는 갖가지 태도를 작품 속에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영국 문학가 에밀리 브론테는 장편소설 <폭풍의 언덕>에서 몇 그루 왜소한 전나무들이 심하게 휘어지는 모습을 통해 바람을 묘사했다. 영국 국민화가 윌리엄 터너 역시 눈보라를 비롯해 폭풍우, 안개 등을 화폭에 올려놓았다.

터너가 77세에 완성한 ‘눈보라’는 날씨를 새로운 심미안으로 바라본 걸작이다. 눈발이 휘몰아치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증기선 한 척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했다. 거센 폭풍과 파도가 곧 배를 집어삼킬 것 같은 급박한 상황을 거칠고 재빠른 붓질로 생생하게 전해준다. 터너는 당시 네 시간 동안 돛대에 몸을 묶은 채 거친 파도를 직접 체험한 뒤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폭풍과 파도, 휘몰아치는 비바람, 위태로운 배 등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소용돌이 구도’를 사용했다.

사실적인 풍경화에 익숙했던 당시 사람들에게 형태가 불분명한 ‘눈보라’는 충격 그 자체였다. 당시 미술계는 ‘비누거품과 회반죽 덩어리’라고 조롱했다. 그러나 미술평론가 존 러스킨은 “바다의 움직임, 안개, 빛이 지금까지 캔버스에 그려진 것 중 가장 장엄하다”고 이 그림을 극찬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