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의 'ASEAN 톺아보기' (32)] 한·아세안 새로운 30년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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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세안 대화관계 30년을 기념해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및 한·메콩 정상회의가 ‘한·아세안 공동 비전성명’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의장 성명’ ‘한강·메콩강 선언’을 채택하고 막을 내렸다. 이번 정상회의는 지난 30년의 한·아세안 관계를 평가하고, 새로운 30년의 미래 비전과 발전 방안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면 이번 정상회의는 어떤 성과를 거뒀고 어떤 과제를 남겼을까.
첫째, 아세안과의 관계 강화를 천명한 신남방정책을 공고히 함으로써 앞으로 신남방정책을 적극 추진할 추동력을 확보했다. 아세안과 ‘사람 중심의 평화와 상생번영의 공동체’를 구현하겠다는 신남방정책에 대해 아세안 국가들이 기대를 나타내면서도 한국의 정책이 지속가능할 것인지 의문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에 신남방정책의 비전과 목표가 아세안이 추구하는 아세안 공동체 실현의 지향점과 같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은 의미가 크다.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과 아세안이 비전을 공유하는 파트너로서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및 지역 이슈 등 모든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가기로 한 것은 큰 성과다.
이분법적 사고 틀 벗어나야
둘째, 한국과 아세안 국민이 서로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함께 기차를 타고 한국의 주요 도시를 방문한 ‘한·아세안 열차’, 한국과 아세안의 팝 스타들이 정상회의 기념곡 ‘사이드 바이 사이드(Side by Side)’를 합창한 전야제, 아세안의 영화 패션 음식 등을 소개하는 행사를 통해 아세안과 한국이 하나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정상들의 친밀감이 깊어진 게 두드러졌다.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 “소중한 친구”라고 칭하자 “존경하는 형님”이라고 화답했다. 아세안 정상들은 한국의 모습을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국민에게 널리 알렸다. 조코위 대통령은 부산 감천문화마을이 빈민가에서 관광지로 탈바꿈한 모습을,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서울 홍대 앞 거리 모습을 전했다. 아웅산수지 미얀마 국가고문은 한국 대학생이 미얀마를 공부하는 이유가 미얀마의 발전 가능성 때문이라고 답한 것에 감사를 표하면서, 미얀마는 다종족·다언어 사회인 만큼 표준어인 버마어만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남방정책이 모멘텀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난관을 극복해야 할까.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주 한국경제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국 정부는 신남방정책에 찬사를 보내며 인도·태평양에서 한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음”을 언급하고,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협력하면 엄청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한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도 같은 날 정·재계 지도자들과의 오찬에서 신남방정책과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연계해서 높은 수준의 협력을 강화해나가자고 했다.
미·중 간 전략적 경쟁 속에서 우리와 비슷한 전략적 딜레마에 처한 아세안은 새로운 질서는 개방적·포용적이며 법의 지배를 존중하는 것이 돼야 한다는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Outlook)’을 채택했고, 이번 특별정상회의에서 한국은 이런 아세안의 입장에 지지를 표했다. 우리가 스스로 미·중 양자택일이라는 냉전적·이분법적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우리의 분명한 원칙과 국익에 따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 협력함으로써 새로운 지역협력 구도에 기여하는 신남방정책이 돼야 한다.
둘째, 이번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수많은 사업, 즉 4차 산업혁명 분야 협력 및 인프라, 스마트시티, 스타트업, 국가별 맞춤형 산업 협력, 인적자원 개발사업 등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협력체계의 제도화가 이뤄져야 한다. 컨트롤타워인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되는 이유다.
민간 차원의 이해·지지 끌어내야
셋째, 신남방정책이 과거 정책과 다른 점은 우리 국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세안과의 공동번영 및 지역 평화에 기여한다는 것인데, 이를 실천에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무역 불균형 문제, 베트남에 집중된 경제협력의 다변화 문제, 비전통 안보 이슈에 대한 구체적 기여 방안 등 여러 난제에 대한 체계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합의한 사업들 중 이번 정부의 대표적 실적으로 부각할 수 있는 사업을 선택·집중해 신남방정책 1.0의 공고한 유산으로 남겨야 한다. 그래야 신남방정책의 지속성을 강화해 새로운 30년의 한·아세안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남방정책 성공을 위해서는 아세안과의 각급별 전략적인 대화가 긴요하다. 정부 간 협력만으론 부족하고 기업 등 민간 차원 이해관계자들의 이해와 지지가 필수다. 같은 맥락에서 한·아세안 양측의 전문가 육성이라는 장기적 과제에 하루빨리 힘을 쏟을 것을 제언한다.
김영선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 前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
첫째, 아세안과의 관계 강화를 천명한 신남방정책을 공고히 함으로써 앞으로 신남방정책을 적극 추진할 추동력을 확보했다. 아세안과 ‘사람 중심의 평화와 상생번영의 공동체’를 구현하겠다는 신남방정책에 대해 아세안 국가들이 기대를 나타내면서도 한국의 정책이 지속가능할 것인지 의문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에 신남방정책의 비전과 목표가 아세안이 추구하는 아세안 공동체 실현의 지향점과 같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은 의미가 크다.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과 아세안이 비전을 공유하는 파트너로서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및 지역 이슈 등 모든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가기로 한 것은 큰 성과다.
이분법적 사고 틀 벗어나야
둘째, 한국과 아세안 국민이 서로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함께 기차를 타고 한국의 주요 도시를 방문한 ‘한·아세안 열차’, 한국과 아세안의 팝 스타들이 정상회의 기념곡 ‘사이드 바이 사이드(Side by Side)’를 합창한 전야제, 아세안의 영화 패션 음식 등을 소개하는 행사를 통해 아세안과 한국이 하나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정상들의 친밀감이 깊어진 게 두드러졌다.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 “소중한 친구”라고 칭하자 “존경하는 형님”이라고 화답했다. 아세안 정상들은 한국의 모습을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국민에게 널리 알렸다. 조코위 대통령은 부산 감천문화마을이 빈민가에서 관광지로 탈바꿈한 모습을,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서울 홍대 앞 거리 모습을 전했다. 아웅산수지 미얀마 국가고문은 한국 대학생이 미얀마를 공부하는 이유가 미얀마의 발전 가능성 때문이라고 답한 것에 감사를 표하면서, 미얀마는 다종족·다언어 사회인 만큼 표준어인 버마어만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남방정책이 모멘텀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난관을 극복해야 할까.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주 한국경제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국 정부는 신남방정책에 찬사를 보내며 인도·태평양에서 한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음”을 언급하고,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협력하면 엄청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한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도 같은 날 정·재계 지도자들과의 오찬에서 신남방정책과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연계해서 높은 수준의 협력을 강화해나가자고 했다.
미·중 간 전략적 경쟁 속에서 우리와 비슷한 전략적 딜레마에 처한 아세안은 새로운 질서는 개방적·포용적이며 법의 지배를 존중하는 것이 돼야 한다는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Outlook)’을 채택했고, 이번 특별정상회의에서 한국은 이런 아세안의 입장에 지지를 표했다. 우리가 스스로 미·중 양자택일이라는 냉전적·이분법적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우리의 분명한 원칙과 국익에 따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 협력함으로써 새로운 지역협력 구도에 기여하는 신남방정책이 돼야 한다.
둘째, 이번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수많은 사업, 즉 4차 산업혁명 분야 협력 및 인프라, 스마트시티, 스타트업, 국가별 맞춤형 산업 협력, 인적자원 개발사업 등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협력체계의 제도화가 이뤄져야 한다. 컨트롤타워인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되는 이유다.
민간 차원의 이해·지지 끌어내야
셋째, 신남방정책이 과거 정책과 다른 점은 우리 국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세안과의 공동번영 및 지역 평화에 기여한다는 것인데, 이를 실천에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무역 불균형 문제, 베트남에 집중된 경제협력의 다변화 문제, 비전통 안보 이슈에 대한 구체적 기여 방안 등 여러 난제에 대한 체계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합의한 사업들 중 이번 정부의 대표적 실적으로 부각할 수 있는 사업을 선택·집중해 신남방정책 1.0의 공고한 유산으로 남겨야 한다. 그래야 신남방정책의 지속성을 강화해 새로운 30년의 한·아세안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남방정책 성공을 위해서는 아세안과의 각급별 전략적인 대화가 긴요하다. 정부 간 협력만으론 부족하고 기업 등 민간 차원 이해관계자들의 이해와 지지가 필수다. 같은 맥락에서 한·아세안 양측의 전문가 육성이라는 장기적 과제에 하루빨리 힘을 쏟을 것을 제언한다.
김영선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 前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