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백두산 엔진' 업그레이드…트윈엔진 묶어서 시험했을 수도"
北 동창리서 액체연료엔진 시험한 듯…"위성 발사 가능성도"
북한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 시험'을 했다고 8일 발표했지만,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으면서 이번 시험의 종류와 북한의 의도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최근 북미 간 '무력 사용'까지 언급하며 긴장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사용될 액체연료 엔진을 시험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10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보당국은 북한이 동창리에서 액체 연료 엔진을 시험한 것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 분석 중이다.

과거 동창리 발사장이 액체 연료 엔진 시험에 사용됐고, 수직 발사 시험대가 놓여있다는 점에서 고체보다는 액체 연료 시험이라는 추정에 힘을 실어준다.

일반적으로 고체 연료는 수평 발사대에서 시험하고, 액체 연료는 수직발사대에서 시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함경남도 함흥에서 고체 연료 연구개발과 생산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고체 연료라면 굳이 평안북도 동창리로 연료를 옮겨 시험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체 연료 엔진이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북한이 고체연료 시험을 했을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결국 북한의 중대한 시험은 액체연료 엔진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시험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거 발사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과 '화성-14형'에 탑재된 백두산 계열의 엔진이 시험 대상이었던 것으로 예상된다.

화성-15형에는 옛 소련제 RD-250 트윈엔진을 모방해 개발한 일명 '백두산 액체 엔진'이 탑재됐다.

ICBM급 화성-15형의 1단 엔진 추력은 80tf(톤포스: 8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로 추정된다.

국방부는 당시 화성-15형 사거리를 1만3천㎞로 추정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의 화성 14, 15형에는 구소련 엔진을 바탕으로 개발된 엔진이 탑재됐다"며 "적은 연료로 더 높게 날 수 있도록 백두산 계열의 로켓 엔진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시험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구체적으로 북한이 기존 화성-15형 백두산 엔진에 엔진을 더 결합하는 시험을 했을 수 있다.

엔진을 4개 결합하면 320tf 추력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추력이면 500∼600㎞ 고도에 1천200㎏의 위성체를 올릴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화성 14, 15 트윈엔진을 묶어서 시험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미 트윈엔진만으로 ICBM을 발사했으니, 이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엔진을 결합해 시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발사체나 ICBM은 추진로켓과 유도조종장치 등 핵심기술이 동일하기 때문에 고출력 신형 액체형 엔진시험을 했더라도 인공위성 발사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기술 개발로 주장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따라서 북한의 중대한 시험이 액체연료 엔진 시험이라면 북한이 미국에 주겠다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인공위성 발사일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이미 화성 15형의 사거리를 검증한 만큼 미국을 압박하면서도 ICBM 발사보다는 대미 위협 강도가 낮은 인공위성 발사를 선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일각에서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영근 교수는 "북한이 말하는 전략적 지위 변화는 위성 발사일 것으로 보인다"며 "ICBM 1단 엔진 기술과 인공위성 발사 기술이 같기 때문에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추가 도발 관련해서는 한미 당국이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