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경제성장률이 대폭 개선된 이유로 기업의 설비투자가 속보치 발표 때보다 대폭 늘어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습니다. 속보치에선 설비투자가 전분기 대비 0.9%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수정치에선 전분기 대비 1.8%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개인소비도 0.4%(속보치)에서 0.5%(수정치)로 높아졌습니다. 재무성이 지난 2일 발표한 3분기 법인기업 통계를 반영하는 등 최신 통계를 반영하면서 속보치에 비해 GDP증가율 수정치가 크게 높아졌다는 설명입니다. 속보치를 발표할 때는 경제산업성이 작성한 생산동태통계수치를 기반으로 법인기업의 설비투자 등을 집계하는 데 현실적으로 정확도 측면에선 부족한 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선 속보치와 수정치간 차이가 크지 않은데 비해 일본은 유독 큰 편차를 보이는 경우가 잦다는 데 있습니다. GDP 증가율의 속보치와 수정치가 큰 차이를 보이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일본 정부의 통계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GDP통계는 한 나라의 경제력을 가늠하는 기초 통계지만 큰 폭의 수정이 이어지면서 가장 빨리 전해지는 속보치 자체를 믿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의 GDP 증가율은 2017년 이후 상향조정된 사례만 찾아봐도 2017년 3분기 연율 환산 1.4%(속보치)에서 2.5%(수정치)로 바뀐 적이 있습니다. 그해 4분기에는 연율 환산 0.5%(속보치)에서 1.6%(수정치)로 세 배 넘게 달라졌습니다. 지난해에도 2분기(연율 환산 0.9%→3.0%)와 4분기(연율 환산 1.4%→1.9%)에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올 1분기에도 GDP 증가율이 연율 환산 2.1%(속보치)에서 2.2%(수정치)로 높아졌습니다. 시간이 약간 지나긴 했지만 2015년 3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연율 환산 -0.8%)이 플러스 성장(연율 환산 1.0%)으로 바뀐 적도 있습니다.
하향 조정될 때도 편차가 적지 않습니다. 2017년 1분기에는 연율 환산 2.2%(속보치)에서 1.0%(수정치)로 바뀌었고 2분기에는 연율 환산 4.0%(속보치)에서 2.5%(수정치)로 떨어졌습니다. 2018년 3분기(연율 환산 -1.2%)와 올 2분기(연율 환산 -2.5%)에도 수치가 하락했습니다.
상향조정되는 경우에는 속보치에서 미약했던 성장률이 고성장으로 바뀌는 경우가 잦고, 하향 조정되는 경우에는 이례적으로 높게 발표됐던 속보치 성장률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바뀌는 사례가 잦은 편인 것도 눈에 띕니다.
일본 언론도 이 같은 일본의 ‘고무줄 통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통계편차가 주요국 중 압도적 최고 수준이라는 지표도 곁들였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데이터를 기반으로 2001년부터 2018년까지 주요7개국(G7)의 분기별 실질GDP증가율(전년 동기대비)의 발표 당시 수치와 반년 후 실제 변화상을 추적한 결과, 일본 정부 발표 데이터의 편차가 압도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의 GDP증가율 발표치와 실제 성장률간 격차는 평균 0.4%포인트로 G7국가 중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이탈리아, 독일, 캐나다, 프랑스는 편차가 0.1~0.2%포인트 사이에 불과했습니다. 미국과 영국도 0.2%포인트 정도로 정부 발표치와 실제간 오차가 적었습니다. 반면 일본의 경우는 ‘오차범위 밖’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큰 편차를 보였습니다. OECD관계자도 “일본의 GDP발표는 회원국 중에서도 편차가 큰 편”이라며 “편차가 적게 통계를 작성하도록 일본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큰 폭의 통계 수정이 이어지면서 일본 정부의 통계 신뢰성에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각종 사회 인프라를 탄탄히 갖췄다는 소위 ‘선진국’의 공식 발표 자료가 속보치와 수정치에서 이처럼 큰 편차를 보이고, 이 같은 상황이 오랫동안 방치되는 것은 납득하기 쉽지 않은 일입니다. 향후 일본 정부가 통계 신뢰성 회복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어떤 결과를 맺을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