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환수된 조선철을 비롯해 문화·예술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 1000여 점을 엄선해 보여주는 ‘진품명품’전이 11~18일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전국 고미술상 연합단체인 한국고미술협회 종로지회가 연말을 맞아 마련한 이번 전시에는 조상들의 삶과 정신을 느낄 수 있는 도자기, 서화, 목기, 민예품 등이 나온다. 신석기시대 유물부터 고려시대 청자, 조선백자, 성리학에 기초한 진경산수화, 일제강점기 문화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미술사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기회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전시에 힘을 보탰다. 백자 달항아리와 백자청화매화문호(白瓷靑華梅花紋壺), 조선철, ‘조선판 3차원(3D) 회화’인 지직화(紙織畵), 고려시대 청동정병(주전자) 등은 사료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급 작품이다.
18세기 말 제작된 높이 34㎝의 백자 달항아리는 고운 백색에 안정감 있고 단아한 형태가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느낌을 준다. 주로 왕실 행사에 사용된 달항아리는 현재 국보와 보물을 통틀어 20여 점만 남아 있다. 청화 안료를 사용해 매화 문양을 그려넣은 백자청화매화문호는 조선 후기 지식인 사이에서 유행한 분재문화가 백자 문양에 적용된 도자기다.
일본에서 구입한 지직화 두 점도 관람객을 맞는다. 지직화는 일반적인 회화와 달리 그림을 그리고 자른 뒤 직조해 표현한 그림이다. 같은 크기의 흰 종이를 얇게 잘라 날실로 삼고 연꽃과 소나무 등을 수놓은 종이를 씨실로 삼아 직조했다. 직조 후 붓질을 가미해 깊이감과 원근감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정교하고 치밀한 묘사와 규칙적인 형태가 자아내는 균형미가 일품으로 한국 미술의 귀중한 사료라는 게 협회 측의 설명이다. 일반인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조선시대 목가구도 대거 출품됐다. 한민족의 보편적 정서를 독특한 예술 세계로 승화한 작품들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강민우 한국고미술협회 종로지회장은 “출품작들은 조형에서 실용예술의 극치를 엿볼 수 있다”며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선조들의 지혜를 향유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침체된 고미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