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뺀 여야 '4+1' 예산 수정안 가결
정회 후 일부 예산부수법안 처리…심재철, 25분간 토론 '지연전술'도
한국당, 본회의장서 항의 농성…"文의장 탄핵·홍남기 고발"


제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를 마감하는 10일 본회의는 고성으로 얼룩졌다.

이날 오전 일부 민생 법안 처리에 이어 내년도 예산안 의결을 위해 이날 오후 8시 38분 국회 본회의가 속개되자마자 본회의장은 제1야당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로 가득 찼다.

속개된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1번 안건'으로 오른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오전만 해도 239건의 본회의 안건 가운데 예산안은 231번째였다.

여야 3당 교섭단체의 마라톤협상에도 예산안 합의가 끝내 불발되자, 한국당은 안건 목록상 예산안 앞에 위치한 예산부수법안에 대해 수정안을 줄줄이 제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사실상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효과를 노리면서 예산안 상정 시점을 늦추거나 한국당을 제외한 상태에서의 예산안 처리를 저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문희상 국회의장은 속개된 본회의의 예산부수법안에 앞서 예산안을 첫 번째 안건으로 상정했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허를 찔린 셈이다.
"날치기" "세금도둑" 한국당 거센 항의 속 예산안 28분만에 처리
문 의장이 성원 선포와 함께 "예산안을 상정하겠다"고 말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고함을 질렀다.

심재철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 국회 예산결산특위 간사인 이종배 의원은 의장석 바로 앞까지 나와 거세게 항의했고, 한국당 의원들은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이게 민주주의냐"라며 목청을 높였다.

일부 의원들은 '4+1은 세금 도둑', '날치기'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의회 독재 문희상은 사퇴하라"고 외쳤다.

'공천 세습', '아들 공천', '공천 대가' 등의 구호도 나왔다.

문 의장이 지역구(경기 의정부갑)를 아들에게 물려주려 한다는 의혹을 함께 제기한 것이다.
"날치기" "세금도둑" 한국당 거센 항의 속 예산안 28분만에 처리
개의 후 20여분이 지나도 고성은 잦아들지 않았고, 한국당이 제출한 예산안 수정안에 대한 토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문 의장은 한국당 수정안에 대한 토론 종결을 선포했다.

한국당 수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기는 했지만, 정부 측의 '부동의'로 표결에 부쳐지지 않았다.

곧이어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이 상정됐다.

결국 '4+1' 수정안은 한국당 의원들의 고성 속에 회의 시작 28분 만인 오후 9시 6분 재석 162인 중 찬성 156인, 반대 3인, 기권 3인으로 의결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자리했지만,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어 내년도 기금운영계획안 등에 대한 의결까지 마친 뒤인 오후 9시 14분, 문 의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한 한국당 의원은 들고 있던 피켓을 구겨 의장석을 향해 던졌다.

한국당 김정재 의원이 민주당을 향해 "그 입 다물라. 부끄러운 줄 아세요"라고 쏘아붙이자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어디서 막말이야"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한국당은 예산안 통과 직후 '4+1 불법', '날치기 예산 불법' 등 구호를 쓴 피켓을 들고 본회의장 단상 앞에서 시위한 뒤 의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 의원들이 피켓 시위를 하는 사이 "기념 촬영"이라고 말하면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

의장실을 찾은 한국당 의원 10여명은 "다 처벌받을 각오 해야 한다.

부끄러운 줄 알라"며 항의했다.

심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원래 예산부수법안을 먼저 처리한 뒤 예산안을 처리하게 돼 있었는데 완전히 순서를 바꿨다"며 "처리 과정상 절름발이, 날치기에다 법적 근거 없이 몸통만 있는 예산안을 통과시키고는 국민에게 '세금 더 내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날치기" "세금도둑" 한국당 거센 항의 속 예산안 28분만에 처리
본회의는 정회 후 약 1시간 15분 뒤인 오후 10시 30분께 속개됐다.

예산부수법안 처리를 위해서였다.

한국당의 격한 항의에 충격을 받은 문 의장은 정회 후 병원으로 향했고, 사회권은 주승용 국회부의장이 이어받았다.

예산부수법안이 상정되자 한국당 조경태·김재원·송언석·심재철 의원 등이 릴레이 토론에 나섰다.

특히 심 원내대표는 오후 11시 2분에 토론을 시작해 25분간 단상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토론에 부여된 시간은 의원 1인당 5분이었지만, 심 원내대표는 마이크가 꺼진 후에도 말을 이어가면서 사실상 '필리버스터'를 시도했다가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아 중단했다.

송언석 의원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지목한 뒤 "무슨 근거로 세수를 확정했는가"라고 따졌다.

예산부수법안에 앞서 예산안 처리가 이뤄졌음을 비판한 것이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김재원 의원의 토론 도중 "예결위원장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법정 시한 넘겼으면 사과부터 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계속된 토론으로 예산부수법안 26건 중 4건만 처리됐다.
"날치기" "세금도둑" 한국당 거센 항의 속 예산안 28분만에 처리
한국당은 본회의가 오후 11시 53분 산회하자 본회의장에서 의총을 시작했다.

심 원내대표는 "오늘은 입법부 치욕의 날로, 날치기 통과된 예산은 위헌이며 원천 무효"라며 "문 의장은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당해야 한다.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특정 정파에 부역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정부 관계자에 대해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죄, 정치 관여죄로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한국당은 본회의장에서 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심 원내대표는 "날치기당한 현장을 우리들이 비울 순 없다"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날치기" "세금도둑" 한국당 거센 항의 속 예산안 28분만에 처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