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0일 의결한 내년도 예산안은 지난 8월 정부가 내놓은 초안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퍼주기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공언한 자유한국당이 예산 처리에서 ‘왕따’를 당하면서 견제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우선 내년도 총지출은 512조3000억원으로 정부 예산안에서 1조2000억원 ‘찔끔’ 줄어드는 데 그쳤다. 올해 본예산보다 9.1%(42조7000억원) 늘면서 증가율이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3.8%)의 2배를 넘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진 2009년(10.6%)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크다.

분야별로 보면 정부안보다 보건·복지·고용 예산이 줄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늘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보건·복지·고용 예산으로 181조6000억원 규모다. 하지만 국회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1조원 삭감됐다. 산업·중소·에너지 예산은 2000억원, 공공질서·안전 예산은 1000억원 감액됐다. 여기서 깎인 예산은 SOC 예산과 농림·수산·식품 예산을 늘리는 데 쓰였다. SOC 예산은 정부안보다 9000억원 증가했고, 농림·수산·식품 예산은 5000억원 늘어났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을 기준으로 내년도 관리재정수지가 당초 정부안보다 6000억원 줄어든 71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적자 규모 추정치(42조3000억원)보다 29조2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국가채무는 805조2000억원으로 올해 추정치(731조5000억원)보다 73조7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내년 총수입이 481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2%(5조7000억원) 늘면서 국가채무 비율은 39.8%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에 전체 세출예산의 70% 이상을 상반기에 배정해 경제활력 조기 회복을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태훈/오상헌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