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목표는 '日수출규제 원상회복'…日 "협의 의제 아니다"
한일 수출정책대화 D-5…日규제 연내 해결 '안갯속'
한일 양국의 전략물자 수출통제 관련 국장급 대화가 닷새 뒤인 오는 16일 3년 만에 재개된다.

한국은 지난 7월 시작된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일본은 이 문제가 협의 의제가 아니라고 밝혀 연내 해결을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11일 정부에 따르면 한일 당국은 오는 16일 일본 도쿄(東京) 경제산업성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제7차 수출관리정책대화를 개최한다.

2016년 열린 제6차 한일 수출통제협의회를 잇는 것으로, 한국 측에서는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 일본 측에서는 이다 요이치(飯田 陽一)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한다.

양국은 지난 4일 개최된 국장급 준비회의를 통해 7차 정책대화에서 ▲ 민감기술 통제 관련 현황과 도전 ▲ 양국의 수출통제 시스템과 이행 ▲ 향후 추진 방향 등 양국 현안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사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이번 대화를 계기로 일본이 지난 7월 4일 단행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제한조치와 8월 2일부터 시행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 제외를 철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이 무역정책관은 지난달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일본이 7월 1일 발표하고 같은 달 4일 취한 대한국 수출제한조치가 그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걸 목표로 한다"며 "화이트리스트로의 복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 수출규제의 원상회복 등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걸 최종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일 수출정책대화 D-5…日규제 연내 해결 '안갯속'
한국 정부는 일본과의 대화를 앞두고 그동안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의 근거로 내놓은 문제점 중 일부를 개선하며 더는 일본이 같은 주장을 반복하지 못하도록 '방어벽'을 세운 상태다.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 양국 간 정책대화가 일정 기간 열리지 않아 신뢰 관계가 훼손된 점 ▲ 재래식 무기에 전용될 수 있는 물자의 수출을 제한하는 '캐치올' 규제가 미비한 점 ▲ 수출심사·관리 인원 등 체제의 취약성 등 3가지를 들었다.

이중 정책대화 관련 내용은 16일 만남으로 해소되고, 수출심사·관리 인원 등 체제의 취약성은 전략물자관리원 인원을 현인원보다 25%가량 늘리는 식으로 보완할 계획이다.

경제산업성에서 전략물자 수출입을 전담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산업부, 전략물자관리원, 관세청 등 여러 부처·기관에서 전략물자를 각각 관리한다.

일본이 한국의 전략물자 수출심사·관리·인원이 자국보다 미흡하다고 주장한 것은 이런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하지만 한국 정부는 전략물자관리원을 증원함으로써 일본의 요구를 일단 수용했다.

마지막 남은 캐치올 규제 역시 정부는 한국의 수출통제제도가 일본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필요하면 한일 정책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일본의 요구사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자세를 취한 만큼 일본 역시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하진 않을 전망이다.

이 무역정책관은 일본의 수출규제 직후인 7월 12일 개최된 한일 과장급 협의(일본은 '설명회'라고 주장)와 달리 제7차 정책대화 준비회의는 양쪽 모두 진정성 있게 임했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7월 12일 과장급 협의는 일본 측의 '홀대' 논란 속에서 서로의 이견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한일 수출정책대화 D-5…日규제 연내 해결 '안갯속'
그러나 연내 전격적으로 일본의 수출규제가 풀리기를 기대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일본 경제산업상은 6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한국 수출규제에 변동이 생길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의제로서)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제7차 정책대화에서 일본 수출규제 문제의 결론이 나올 가능성에 대해서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속히 철회하라는 한국 측의 요구에 대해 "한국으로부터의 주장이나 요구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수출 관리는) 우리나라(일본)가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관련 업계에서도 이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국내 기업의 생산 차질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일 간 대화의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풀려야 기업이 가진 불안감이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