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과반 지지율 '낙승' 전망…국민당 한궈위와 35%P 격차
中전방위 압박, 반중 정서만 자극…미중 무역전쟁 '반사이익' 영향도

[※ 편집자 주 = 내년 1월 11일 치러지는 대만의 총통 선거(대선)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대만 대선은 집권당인 독립 노선의 민진당과 친중 보수 성향의 국민당이 맞붙는 양상입니다.

연합뉴스는 점점 열기를 더해가는 대만 대선의 중간 판세, 중국의 '일국양제'가 미치는 영향과 전망, 대만 정치 전문가의 진단 등을 3꼭지로 나눠 송고합니다.

[대만대선 D-31] ①'홍콩바람' 탄 차이잉원 총통 재선고지 눈앞
내년 1월 11일 치러질 대만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재선에 도전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낙승할 것이라는 관측에 점차 무게가 실린다.

10일 대만 빈과일보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집권 민진당 후보인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50.8%로 국민당 후보인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 시장의 15.2%보다 35%포인트 이상 높았다.

차이 총통은 지난 8월부터 여론조사에서 본격적으로 한 후보를 앞지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격차를 크게 벌렸다.

전문가들은 현재 추세로 봤을 때 한 시장의 역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장촨셴(張傳賢) 대만 중앙연구원 정치학연구소 연구원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민당과 민진당 총통 후보 간 격차가 최소 15% 이상으로 벌어져 차이 총통의 재선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만대선 D-31] ①'홍콩바람' 탄 차이잉원 총통 재선고지 눈앞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대만에서 차이 총통의 재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이는 거의 없었다.

작년 11월 지방선거에서 집권 민진당이 국민당에 대패하면서 차이 총통은 당 대표인 주석직에서 밀려날 정도로 큰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

차이 총통의 정치적 부활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건 역설적으로 그를 싫어하는 중국이다.

대선을 앞두고 중국이 군사·경제·외교 등 전방위적으로 대만을 몰아붙인 것이 오히려 차이 총통의 지지율 급등의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올해 대만을 겨냥해 무력 위협 수위를 대폭 끌어올렸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연초부터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초강경 발언을 해 대만을 바짝 긴장시켰다.

이어 중국 전투기들이 대만과 중국 본토 사이의 좁은 바다인 대만해협 상공의 중간선을 넘어 들어갔고, 중국 항공모함은 최근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외교적인 '고사' 압박도 이어져 현재 대만과 외교 관계를 맺은 나라는 15개 나라로 줄었다.

중국은 또 지난 8월부터는 본토 주민의 대만 자유여행을 금지했다.

대만에 1조원대 이상으로 추산되는 경제적 손실을 가하면서 대만 국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노골적으로 강요한 것이다.

하지만 전방위적인 압박은 중국 측의 의도와는 달리 대만 총통 선거 구도를 '민진당 대 국민당'이 아니라 '대만과 중국'으로 바꿔놓아 버렸다.

차이 총통은 대만의 주권과 민주주의 수호자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는 선거 전략을 펴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그는 중국의 군사적 압박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자 조종사 복장을 입고 직접 공군 F-16 전투기 조종석에 앉기도 했다.

[대만대선 D-31] ①'홍콩바람' 탄 차이잉원 총통 재선고지 눈앞
결국 그는 당내 경선에서 강력한 라이벌인 라이칭더(賴淸德) 전 행정원장을 물리치고 두 번째 총통 후보 선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반면 중국 본토에 뿌리를 두고 양안 관계를 중시하는 친중 성향의 국민당은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 시장은 작년 11월 '떼돈을 벌게 해 주겠다'(大發財)는 원초적 경제 구호를 앞세워 민진당의 20년 아성인 가오슝에서 시장으로 당선되고 이를 발판으로 대선 후보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시장 선거와 달리 안보 등 국정 전반에 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총통 선거에서 그는 효과적 선거 전략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한 시장과 함께 당 총통 후보를 놓고 경합한 궈타이밍(郭台銘) 훙하이정밀공업그룹 회장이 경선 패배 후 탈당하는 등 국민당 진영은 단합에도 실패한 모습을 보였다.

[대만대선 D-31] ①'홍콩바람' 탄 차이잉원 총통 재선고지 눈앞
위전화(兪振華) 대만 국립정치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국민당이 단결에 실패해 응집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시진핑의 대(對) 대만 일국양제 강력 추진과 홍콩의 반송중(反送中·송환법 반대) 사건이 민진당이 주도해 온 '국가 주권' 의제에 힘을 실어 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6월부터 본격화한 홍콩의 정치적 위기는 차이 총통의 재선 가도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이 총통은 지난 6월 홍콩 시위가 일어나기 시작한 이래로 적극적인 지지 목소리를 내왔다.

홍콩 시위 사태는 중국이 대만에도 적용하고자 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졌고 중국 본토를 경계하는 여론의 흐름은 차이 총통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실제로 빈과일보 여론조사에서 40% 초반이던 차이 총통의 지지율이 범민주 진영의 압승으로 끝난 최근 홍콩 구의원 선거 직후 50% 이상으로 치솟은 것은 홍콩의 정국 변화가 대만 유권자의 심리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재선을 앞두고 대만의 경기가 호전되는 등 경제 상황도 차이 총통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만은 미중 무역전쟁의 수혜자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본토가 대만에 관광객 공급 중단 등 '경제적 징벌'을 가하고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의 반사 이익이 이 같은 손실을 충분히 메꿔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확실성을 피해 중국 본토에 투자한 많은 대만 기업들이 대만으로 돌아왔다.

또 외국 기업들도 대중 관세를 피하기 위해 대만 투자를 늘리고 있어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전반적인 경제 여건이 나아지는 추세가 뚜렷하다.

작년 동기 대비 대만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2.91%로 대만이 자주 비교 대상으로 삼는 다른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인 홍콩(-2.9%), 싱가포르(0.1%), 한국(2.0%)보다 높았다.

대만 증시도 랠리를 즐기고 있다.

대만 주가지수인 자취안 지수는 차이 총통이 2016년 집권한 이래로 50%나 올랐다.

올해만 20% 이상 상승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