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번호 22번, 익숙한 실루엣이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석의 온도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앙팡테리블(무서운 아이)’ 고종수가 현역 시절처럼 그라운드에 첫발을 내디딘 찰나 홈팀 응원석의 팬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기립해 옛 영웅의 이름을 목청껏 외쳤다.19일 열린 OGFC(The Originals FC)와 수원삼성 레전드의 맞대결. 경기 전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마주한 고종수의 표정에는 숨길 수 없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그는 “현역 시절 경기장에 도착했을 때보다 가슴이 훨씬 더 뛴다”며 “무엇보다 수원 팬들 앞에 오랜만에 다시 선다는 생각에 설렘이 크다”고 털어놨다.1996년 수원의 창단 멤버로 18세에 프로 무대에 뛰어든 그는 데뷔 시즌에만 1골4도움을 올리며 단숨에 리그 간판스타로 떠올랐다. 날 선 왼발 프리킥을 무기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누볐고, 같은 해 프로축구 K리그 최우수선수(MVP) 트로피까지 들어 올리며 ‘천재 미드필더’라는 타이틀까지 달았다.수원의 레전드인 고종수는 불운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황태자로 불리며 2002 한일월드컵을 준비하던 중 십자인대 부상으로 꿈의 무대에 서지 못했다. 이후 고질적인 무릎 부상 등을 이유로 짧은 선수 생활을 마무리해야 했다. 은퇴 후 지도자의 길도 순탄하지 않았다. 수원에서 오랫동안 코치로 일하며 경험을 쌓은 뒤 대전시티즌(현 대전하나시티즌)의 지휘봉을 잡았으나 2019년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며 불명예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스타성이 워낙 뛰어났던 터라 공백기에도 방송가와 유튜브의 섭외 요청이 빗발쳤다. 하지만 그는 자숙의 시간을 택했다. 화
프로 골퍼에게 생애 첫 승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추가 우승이다. 첫 승은 어쩌다 운으로 할 수도 있지만 2승은 충분히 준비된 사람만이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계에서 2승 이상을 해야 진짜 우승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하는 것도 그래서다.김민선(23)이 통산 2승에 성공하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강자로 우뚝 섰다. 19일 경남 김해시 가야CC(파72)에서 열린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스(총상금 10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 합계 16언더파 200타로 정상에 올랐다. 3일간 모든 라운드에서 선두를 지킨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여기에 54홀 내내 보기를 단 한개도 범하지 않는 무결점 플레이로 자신의 두번째 우승을 완성했다. ◇비거리 집중 훈련…장타자로 변신KLPGA 투어 데뷔 4년차인 김민선은 다소 늦게 빛을 봤다. 177cm의 큰 키에 시원시원한 스윙으로 스타성을 갖췄지만 루키 시즌에는 동기인 방신실 황유민 김민별의 인기에 다소 가려졌다. 그래도 투어 3년차인 지난해 4월, 66번째 출전 대회에서 첫 승을 거뒀다.생애 첫 승이라는 큰 숙제를 해결한 김민선은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겨울 내내 몸을 만들었다. 지난해 그의 드라이브 비거리는 약 224m. 투어 18위로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신체조건에 비해서는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민선은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운동량을 대폭 늘리고 강도 높은 스피드 훈련을 했다”며 “예전에는 방향성을 중요하게 여겼지만 일단 비거리를 늘리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올 시즌 김민선의 스윙은 한층 파워풀하고 단단해졌다. 큰 키에 힘까지 실리면서 드라이버 비거리 5~10m, 아이언도 캐리 거리가 5m가량
이상엽(32·사진)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시즌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총상금 10억원)에서 우승하며 10년 간의 우승 갈증을 씻어냈다.이상엽은 19일 강원도 춘천 라비에벨 골프앤리조트 올드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8개에 보기 2개로 6언더파 64타를 쳤다.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로 2위 옥태훈을 2타 차로 꺾고 완승을 거뒀다.이날 최종라운드는 간절함의 대결이었다. 선두로 나선 권성열은 2013년 SK텔레콤 우승 이후, 이상엽은 2016년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이후 우승 소식이 끊긴 상태다.이상엽은 2승에 대한 부담감에 발목잡혀 슬럼프에 빠졌다. 우승에 대한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해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군 복무 이후 지난해 투어에 복귀했으나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제네시스 포인트 105위로 시드 유지에 실패했다. QT에서 26위에 올라 올 시즌 잔류에 성공했다.하지만 올 시즌,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캐디로 나선 대회에서 이상엽은 부활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 4라운드 내내 60대 타수를 치며 일찌감치 우승경쟁에 가담했다. 그는 2라운드를 마친 뒤 “우승하면 정말 좋은 프러포즈가 될 것 같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최종라운드에서는 전반에 압도적인 플레이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1번홀부터 6번홀까지 6개 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내며 23언더파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 8번홀(파4)에서 퍼트를 놓치며 보기를 범했지만 후반에 버디를 추가하며 모두 만회해냈다.조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