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파업에 파리 전철 마비…마크롱 정부는 '대수술'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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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시위로 들끓는 프랑스 가 보니
공무원·교사·의료진까지 거리로
정유 노조 가담 물류 대란 예고
시위로 들끓는 프랑스 가 보니
공무원·교사·의료진까지 거리로
정유 노조 가담 물류 대란 예고
10일 오전 8시(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지하철 몽파르나스역 출입구는 철문이 닫힌 채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 정부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총파업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면서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운행이 마비됐다.
몽파르나스역 인근 호텔에서 파리 북쪽 17구까지는 차로 이동하는 데 평소 같으면 10분 남짓 소요될 거리지만 이날은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파리 도심부터 외곽까지 300㎞가 넘는 구간에서 교통 체증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출근시간 꽉 막힌 도로 사이로는 자전거와 전동 스쿠터를 타고 이동하는 시민 모습도 눈에 띄었다. 취재차 방문한 한 학교는 교통 마비로 학생 절반 이상이 등교하지 못해 한산했다.
이날 파리, 리옹, 마르세유, 보르도, 렌 등 프랑스 전역 대도시에서 열린 연금개혁 저지 시위에는 노동총동맹(CGT), 노동자의 힘(FO) 등 주요 노동단체가 참여했다. 교통 대란이 벌어진 파리 지하철은 16개 노선 중 무인으로 운행되는 2개 노선을 제외한 모든 노선이 폐쇄됐다. 버스와 고속철(TGV), 지역간선철도 등도 운행이 중단됐다. 프랑스 최대 항공사인 에어프랑스는 이날 국내 노선 25%와 중거리 국제 노선 10% 항공편을 취소했다. 이들이 무기한 파업을 시작하면서 크리스마스 휴가 대이동을 앞두고 교통과 물류 차질이 예상된다.
이번 총파업에는 정유 노조도 가세했다. 프랑스의 7개 정유사 중 에소, 토탈 등 6개 업체가 파업에 돌입했다. 교사도 35%가량이 총파업에 참여해 일부 학교는 문을 닫았다. 소방관, 공무원 노조, 국공립병원 의료진 등도 정부의 연금개혁 중단을 요구했다.
파리 시내 음식점과 호텔 등은 당장 연말 대목에 매출 감소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몽파르나스역 주변의 한 레스토랑 주인은 “작년 말 노란조끼 시위 때처럼 파리가 다시 텅 비었다”며 “연말 매출이 30%까지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랑스 숙박산업연맹에 따르면 1차 총파업 시위 이후 파리와 수도권(일드프랑스)에선 숙박 예약이 30~40% 감소했다.
다만 이날 집회 참여자 수는 지난 5일 80만 명이 참여했던 1차 총파업 때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쳤다. 프랑스 내무부는 10일 전국 집회에 총 33만9000명(파리 2만7000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임기 후반 최대 과제로 2017년 취임 당시 공언한 연금개혁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 퇴직연금은 공기업과 민간기업, 그 밖에 다양한 직종별로 연금의 수령 시기·액수가 다르다. 복잡한 제도 때문에 ‘덜 내고 더 받는’ 사각지대가 생기면서 연금에서 연간 100억유로(약 13조2400억원)의 적자가 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에 연금개혁에 실패하면 2025년까지 연기금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0.7%인 170억유로로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마크롱 정부 개혁안의 핵심은 연금 책정 기준을 모두 ‘포인트’로 바꾸는 것이다. 포인트 제도는 근로자가 은퇴로 납입한 만큼 연금을 받게 하는 게 핵심이다. 월 연금 납입액 10유로당 1포인트를 받고, 1포인트는 0.55유로의 연금으로 전환된다.
개혁안에서 논쟁이 되는 부분은 두 가지다. 우선 직군별 연금제도 단일화다. 프랑스 퇴직연금은 일반연금 외에 총 42개에 달하는 직군별 특별연금 제도로 운영된다. 이를 모두 포인트제로 단일화하면 납입 비율과 은퇴 연령도 통일된다. 뱅상 투제 프랑스경제전망연구소(OFCE) 경제학자는 “자영업자, 예술가, 공무원, 프리랜서, 전문직 등 직군별 연금제도를 통합하면 평등하게 보이지만 실제는 불공정하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금 수급 연령도 논란을 빚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존 수급 연령인 62세는 손대지 않겠다고 했지만, 64세를 ‘균형 연령’으로 제시했다. 최저 수급 연령은 유지하되 64세를 기준으로 더 오래 일하면 연금 증액, 적게 일하면 감액되는 식이다. 노동계에선 “근무 기간을 늘리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규모 시위에도 불구하고 마크롱 정부는 11일 예정대로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새 연금 제도는 더 공정하게 적용되고, 사람들이 보다 오래 일하도록 장려할 것”이라며 “근로자들은 다른 직종으로 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리=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몽파르나스역 인근 호텔에서 파리 북쪽 17구까지는 차로 이동하는 데 평소 같으면 10분 남짓 소요될 거리지만 이날은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파리 도심부터 외곽까지 300㎞가 넘는 구간에서 교통 체증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출근시간 꽉 막힌 도로 사이로는 자전거와 전동 스쿠터를 타고 이동하는 시민 모습도 눈에 띄었다. 취재차 방문한 한 학교는 교통 마비로 학생 절반 이상이 등교하지 못해 한산했다.
이날 파리, 리옹, 마르세유, 보르도, 렌 등 프랑스 전역 대도시에서 열린 연금개혁 저지 시위에는 노동총동맹(CGT), 노동자의 힘(FO) 등 주요 노동단체가 참여했다. 교통 대란이 벌어진 파리 지하철은 16개 노선 중 무인으로 운행되는 2개 노선을 제외한 모든 노선이 폐쇄됐다. 버스와 고속철(TGV), 지역간선철도 등도 운행이 중단됐다. 프랑스 최대 항공사인 에어프랑스는 이날 국내 노선 25%와 중거리 국제 노선 10% 항공편을 취소했다. 이들이 무기한 파업을 시작하면서 크리스마스 휴가 대이동을 앞두고 교통과 물류 차질이 예상된다.
이번 총파업에는 정유 노조도 가세했다. 프랑스의 7개 정유사 중 에소, 토탈 등 6개 업체가 파업에 돌입했다. 교사도 35%가량이 총파업에 참여해 일부 학교는 문을 닫았다. 소방관, 공무원 노조, 국공립병원 의료진 등도 정부의 연금개혁 중단을 요구했다.
파리 시내 음식점과 호텔 등은 당장 연말 대목에 매출 감소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몽파르나스역 주변의 한 레스토랑 주인은 “작년 말 노란조끼 시위 때처럼 파리가 다시 텅 비었다”며 “연말 매출이 30%까지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랑스 숙박산업연맹에 따르면 1차 총파업 시위 이후 파리와 수도권(일드프랑스)에선 숙박 예약이 30~40% 감소했다.
다만 이날 집회 참여자 수는 지난 5일 80만 명이 참여했던 1차 총파업 때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쳤다. 프랑스 내무부는 10일 전국 집회에 총 33만9000명(파리 2만7000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임기 후반 최대 과제로 2017년 취임 당시 공언한 연금개혁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 퇴직연금은 공기업과 민간기업, 그 밖에 다양한 직종별로 연금의 수령 시기·액수가 다르다. 복잡한 제도 때문에 ‘덜 내고 더 받는’ 사각지대가 생기면서 연금에서 연간 100억유로(약 13조2400억원)의 적자가 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에 연금개혁에 실패하면 2025년까지 연기금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0.7%인 170억유로로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마크롱 정부 개혁안의 핵심은 연금 책정 기준을 모두 ‘포인트’로 바꾸는 것이다. 포인트 제도는 근로자가 은퇴로 납입한 만큼 연금을 받게 하는 게 핵심이다. 월 연금 납입액 10유로당 1포인트를 받고, 1포인트는 0.55유로의 연금으로 전환된다.
개혁안에서 논쟁이 되는 부분은 두 가지다. 우선 직군별 연금제도 단일화다. 프랑스 퇴직연금은 일반연금 외에 총 42개에 달하는 직군별 특별연금 제도로 운영된다. 이를 모두 포인트제로 단일화하면 납입 비율과 은퇴 연령도 통일된다. 뱅상 투제 프랑스경제전망연구소(OFCE) 경제학자는 “자영업자, 예술가, 공무원, 프리랜서, 전문직 등 직군별 연금제도를 통합하면 평등하게 보이지만 실제는 불공정하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금 수급 연령도 논란을 빚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존 수급 연령인 62세는 손대지 않겠다고 했지만, 64세를 ‘균형 연령’으로 제시했다. 최저 수급 연령은 유지하되 64세를 기준으로 더 오래 일하면 연금 증액, 적게 일하면 감액되는 식이다. 노동계에선 “근무 기간을 늘리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규모 시위에도 불구하고 마크롱 정부는 11일 예정대로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새 연금 제도는 더 공정하게 적용되고, 사람들이 보다 오래 일하도록 장려할 것”이라며 “근로자들은 다른 직종으로 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리=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