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인구는 주는데 고용 늘린 BAT코리아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BAT) 코리아의 경남 사천공장은 지난 4월 노사합의로 임단협을 타결지었다. 특이한 점은 2021년까지 3년치를 한꺼번에 합의했다. 사천공장은 2002년 가동을 시작한 뒤 전면 파업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사천공장을 중심으로 한 BAT코리아는 이런 점을 인정받아 네덜란드 비영리 인사 평가 기관 ‘우수고용협회’가 발표한 ‘최우수 고용기업’에 선정됐다. 118개국 15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받은 상이다.

사천공장은 2015년 300명이었던 직원이 3년여 만에 550명까지 늘었다. 흡연율은 떨어지는데 고용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노사문화와 높은 생산성이 있어 가능했다.

그 핵심 역할을 하는 사람은 박기선 전무(사진)다. 그는 2002년 공장을 세우는 프로젝트 엔지니어로 BAT코리아에 합류했다. 박 전무는 “BAT 본사에서는 글로벌 공장 55개 중 사천공장을 으뜸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그 비결은 “위기의식의 공유”였다는 게 박 전무의 얘기다. 사천공장은 2011년 노사 갈등으로 파업 직전까지 갔다. 때마침 BAT 본사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브라질, 말레이시아 공장의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한국 법인에 위기감이 그대로 전해졌다. 노사는 살아남는 게 우선이라는 데 공감했다. 이를 위해 다른 공장보다 더 나은 제품을 만들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BAT의 글로벌 인재육성 프로그램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박 전무는 6년간 영국 본사에서 근무했다. 그곳에서 박 전무는 제조업의 경쟁력과 고용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BAT 본사가 있는 영국이지만 정작 공장은 낮은 경쟁력 때문에 한 곳도 남지 않은 현실을 목격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박 전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영국 얘기를 하며 노사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자리를 위해 경쟁력과 노사화합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계기였다.

BAT 본사는 생산성이 떨어지면 문을 닫고, 우수 공장은 지원한다. 한국인의 근면성과 일처리 능력을 확인한 BAT는 2016년 2000억원을 투자해 제2, 3공장을 증설했다. 일본, 홍콩, 대만, 러시아 수출 물량도 사천공장으로 가져왔다. 박 전무는 “영국 본사에서 한국 직원들을 영국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할 정도”라고 말했다.

박 전무는 노사문제를 양자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 지역사회 전체의 문제로 보고 협조를 구했다. 사천시와 노동부 진주지청도 문제가 생기면 중재에 나섰다. 공대생을 사천공장에 많이 취직시키는 경남과학기술대는 총장까지 나서 졸업생들을 설득했다. “졸업생이 좋은 인상을 줘야 후배들도 앞으로 BAT에 많이 취업할 수 있다”는 게 핵심 메시지였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