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환 타이렌 대표가 신발이나 모자 줄(스트링)을 조절해 크기를 줄일 수 있는 나노봇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김석환 타이렌 대표가 신발이나 모자 줄(스트링)을 조절해 크기를 줄일 수 있는 나노봇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김석환 타이렌 대표는 차세대 우주 개발에 적용된 기술에서 영감을 받아 스트링(실과 코드의 중간 크기의 끈) 조절 장치를 개발해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섰다. 타이렌이 선보인 ‘나노봇’은 스트링의 길이나 장력을 이용해 모자 신발 등 패션제품과 기계장치의 기능 및 모양을 조절하는 발명품이다. 각종 기계장치는 물론 의류 신발 등 패션소품까지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나노봇이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지식재산(IP)대전’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은 이유다.

김 대표는 “제품 부피가 작고 유지 보수도 간단한 데다 기능성 액세서리 역활도 가능해 다양한 생활용품에 적용할 수 있다”며 “나노봇은 신발 등에서 활용되고 있는 미국 보아(Boa)사 제품을 기술경쟁력 측면에서 압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창업에 나선 우주과학자

모자·의류에 우주과학기술 입힌 타이렌…"첨단 스트링 조절장치로 美 보아社 잡겠다"
김 대표는 연세대 천문우주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영국 UCL(런던대)에서 이학박사(우주기기 분야) 학위를 받았다. UCL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영국 광학회사(OGL) 공동창업자로 참여했다. 1999~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 방문교수를 거쳐 나사의 JPL(제트추진연구소) 초빙 연구원으로 근무한 게 나노봇 개발의 계기가 됐다. 초정밀 자외선 우주망원경을 설계·제조하는 연구에 관여하면서 스트링 활용 기술에 주목했다.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 대표는 “차세대 인공위성은 지구를 벗어날 때 부피를 작게 접었다가 우주 공간에서 필요한 작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펼치는 게 중요하다”며 “우주에서 접고 펴는 스트링 활용 기술을 사업화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04년부터 스트링 조절장치를 일상생활에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다중 스트링 동시 조절장치’ 등을 포함해 국내외 관련 특허와 지식재산권 60여 개를 등록했다. 2016년 회사를 설립한 뒤 연세대 기술지주, IP밸류업개인투자조합, 한국벤처투자 등으로부터 투자받았다.

“패션까지 적용 분야 무궁무진”

일반적인 스트링 조절장치는 보아사가 1997년 개발해 스키화 골프화 등에 적용하고 있다. 이 제품은 여러 분야에 활용되고 있지만 부피가 크고 제품 내부가 복잡한 게 단점으로 꼽힌다.

나노봇은 지름이 20㎜에 두께도 11㎜로 경쟁 제품보다 부피가 50%가량 작다. 제품의 크기를 줄이는 데 3년 동안 200여 차례 시제품을 생산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보아 제품이 8~10개 부품으로 이뤄진 반면 나노봇은 베이스(바닥재), 보빈(실타래), 핸들(위 뚜껑), 하우징(몸체) 등 네 개 부품으로 이뤄져 작동 원리도 간단하다.

손잡이 역할을 하는 위쪽 핸들이 아래로 이동한 뒤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2종의 복합기어 중 안쪽 기어가 보빈에 걸려 돌아가면서 스트링을 함께 감는다. 감긴 스트링이 역으로 풀리려는 힘을 방지하는 구조물이 하우징 안쪽에 있다. 핸들이 상향 이동하면 보빈으로부터 복합기어가 분리돼 스트링이 풀린다.

김 대표는 신발 모자 옷 가방 장갑 등에 적용한 시제품을 내놨다. 나노봇의 핸들은 원형 육각형 등 다양한 모양으로 제작할 수 있고 각종 색상과 장식을 곁들일 경우 패션소품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의류는 가슴과 허리 부분에 손쉽게 셔링(천에 적당한 간격을 두고 여러 단을 박은 뒤 밑실을 잡아당겨 잔주름을 잡는 방법) 효과도 낼 수 있다. 나노봇을 활용한다면 아동복 셔츠에 그려 넣은 코끼리 나무늘보 등 동물 표정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

타이렌은 현재 미국 가방업체인 올림피아USA 등 패션 및 생활용품 브랜드와 협업을 적극 타진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